10년째 산남푸르지오를 가꿔 온 이상윤 관리사무소장

▲ 이상윤 산남푸르지오 관리사무소장
꼭 필요하고 늘 곁에 있지만, 가끔은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존재를 우리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 부른다. 남편 또는 아내, 부모님처럼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지만 너무 편한 나머지 홀대하고 무시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있는 듯 없는 듯,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는 사람들. 경비원을 비롯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바로 아파트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

 
공기와 같은 존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단 하루도 편히 살 수 없다. 개인 단독주택이었다면 고스란히 내가 다 해야 할 일을 그들이 대신 해주고 있다. 전기·통신 등 일반관리 이외에도 공동주택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장 난 곳이 있다면 나서서 수리해주고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일도 찾아서 고쳐준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또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그들은 늘 나를 대신해 내 집 주위를 쓸고 닦는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돈을 내는데 뭐 그렇게 고마워해야 하느냐?’고. ‘관리비를 내는 주민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겠냐’고. 맞다. 우리는 그들에게 관리비를 통해 수고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그들은 수고료 이상의 그 무엇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소개해 주고 주민 또는 마을과 관련된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일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벌써 10년째, 산남푸르지오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새삼 고마움이 느껴진다. 이상윤 소장. 그는 푸르지오아파트 입주 초기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아파트관리소장으로 푸르지오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 산남푸르지오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

주민 이해하고 소통하는 마음

  “푸르지오에 온지 벌써 10년이네요. 하하하.”
사람 좋게 웃는 이상윤 소장은 2007년 11월에 푸르지오 관리소장으로 왔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용암동 태암수정아파트에서 소장으로 일한 것을 합하면 무려 17년 동안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살았다.
고향이 청주이긴 하나 서울에서 기업의 인수합병, 기업평가와 관련된 일을 하던 그에게 사실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은 낯설었다.
“2000년 초,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지인이 관리소장직을 제안하셨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요. 소개시켜 주신 분이 그냥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하하.”

이상윤 소장은 17년 동안 여러 번의 고비도 있었단다. 특히 관리소장으로 주민들을 대하는 자세 또는 마음가짐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직종에 20년 가까이 종사했으니 어찌 편하게만 있었겠는가? 이상윤 소장은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니 가끔은 저 자신도 놀랍니다”라며 웃었다.
17년차 아파트관리소장이 느끼는 어려움 또는 소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이상윤 소장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더라구요. 주민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 소통하려는 마음,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관리소장직은 너무 힘든 일이죠”라고 말했다. 사람간의 신뢰와 애정,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빠른 손과 발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이었다.

 

“특별한 아파트, 산남푸르지오”

 이상윤 소장에게 산남푸르지오는 특별하다.

760세대, 그리 큰 단지는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하자보수 관련 업무가 폭주해 아내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산남푸르지오에 오기 전 다른 아파트에서 7~8년간 소장역할을 해봤지만 유난히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고 많은 산남동 지역에서 관리소장 역할은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음으로 양으로 지원한 작은도서관은 현재 청주지역에서도 모범도서관으로 꼽히고 있다. 이상윤 소장은 “푸르지오에 와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공동체 의미와 활동방법,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 소통하는 능력 등 푸르지오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현재 ‘산남동관리사무소장들의 모임(산소모)’의 회장을 역임, 관리소장들의 구심점이자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꼼꼼하지만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이상윤 소장. 그는 언젠가 푸르지오 관리소장을 그만두게 되면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을 다른 아파트에서 제대로 재현해 볼 계획이다. “모범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산남푸르지오를 모델 삼아 다른 아파트에서도 공동체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삭막하고 이기적인 아파트촌이 아니라 정말 살고 싶은 동네,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라고 이 소장은 말했다.

마음속엔 늘 고마움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표현해 보지 못했다. 관리소장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만난다면 오늘은 한번 말해봐야겠다. 그대는 아파트에서 꼭 필요한,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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