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닭이 여러 날 정성껏 알을 품어주면 병아리는 알속에서 껍질을 쪼아대기 시작한다.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병아리가 쪼는 부위를 밖에서 쪼아준다. 병아리는 안에서 줄줄줄, 어미닭은 밖에서 탁탁탁.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어미닭은 알을 깨고 나오는데 작은 도움을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병아리가 벽을 깰 수 있도록, 갇혀있는 벽을 깨고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어미닭은 밖에서 응원한다. 어미닭은 결코 먼저 알을 쪼아주지 않는다. 병아리가 안에서 알을 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그러나 어미닭이 쪼아주는 것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데 커다란 지지와 힘이 된다. 
급식실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나와 중현이에게 동료 선생님께서 ‘줄탁동시’가 떠오른다 하신다. 지난주 대학에 합격통지를 받고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이한 중현이는 달콤한 늦잠을 기꺼이 포기하고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특강을 해주었다.
작년 5월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생활을 들려주었던 중현이는 이제 대학에 진학하게 된 과정까지 업그레이드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친구관계에서 힘든 시간들로 방황하기도 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공부가 아닌, 자기의 꿈을 한걸음씩 이루어나간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고 원하는 학과에 진학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탄성을 올렸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틀의 강의에서 첫째 날과 둘째 날 달라진 중현이의 모습이다. 매시간 강의가 거듭될수록 더 여유를 찾고 아이들과 호흡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질 바란다는 자기의 소신을 들려준다.
물고기를 나무에 오르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을 스스로가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강단에 선 중현이는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당당한 물고기다. 그런 중현이를 지켜보는 나는 삼락(三樂)을 누리는 군자다. 중현이가 후배들에게 자기 인생 이야기와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인데 줄탁동시라 보여진다니 기쁘다. 그렇게 나도 교사로서 또 한걸음 성장한다. 내가 중현이에게 탁이기도 하고, 중현이가 나에게 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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