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시원한 곳으로 자연스레 발길이 옮겨집니다. 무더위에 서점에서 한가롭게 책을 보는 사람들을 보니 시간적으로 여유로와 보입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필요한 관련도서를 찾던 중에 『사람 빌려주는 도서관』 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민기는 또래 친구들과 놀이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도서관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갔다가‘사람 빌려 주는 도서관’의 낯선 표지판 아래, 낯선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민기는 모니터를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부모님의 성격, 외모, 나이, 직업, 재산을 고르게 되었죠. 친절하고 유식하고 세련되고 예쁜 약사 엄마와 유식하고 멋찐 경제학자인 아빠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빌린 엄마, 아빠는 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고, 민기를 데리고 곧바로 웅변학원으로 가더니 그곳에 있던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민기는 눈물이 핑 돌면서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민기를 보고, 빌린 엄마가 파란 알약을 주면서 먹으라고 주었지만 민기는 배가 아픈게 아니고 마음이 아팠던거 였습니다. 갑자기 민기는 빌딩청소부 아빠와 풀빵장수 엄마가 보고 싶었죠. 민기의 배가 아프다고 하면 민기의 아랫배를 어루만져 주던 부모님이 그리웠습니다. 빌린 엄마, 아빠는 민기가 못마땅하여 도서관에서 다른 아이를 빌리기로 하고 민기는 또 다른 부모님이 자기를 선택할 때까지 캡술 속에서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느날 민기를 자식으로 빌리겠다는 부모들이 나타났는데 그 분들이 바로 민기의 부모님이었습니다. 민기는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리면서 환호성을 지르며 깼는데 바로 꿈이었습니다. 민기 곁에서는 부모님이 다정한 눈빛으로 민기를 내려다 보고 계셨습니다.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 민기는 부모님의 사랑과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 후, 도서관에서 책읽기도 열심히, 친구들과 놀이도 열심히 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도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 줄 수 있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많다는 사실을 어른인 나도 책을 통해 또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 노원구 노원정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휴먼 라이브러리가 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휴먼북도서관)에서는 독자들이 빌리는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각계 전문가들을 휴먼북으로 위촉해 놓고 독자들은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휴먼북을 선정해 휴먼북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보고 질문도 즉석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책에서 느낄 수 없는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경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직접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구술로 경험을 전달함으로서 책을 내는 것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휴먼 라이브러리는 사회운동가(덴마크)인 로니 에버겔이 2000년에 만든 사회운동으로, 나와는 다른 타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그 타인과 직접 이야기하는, 곧 편견을 가진 주체와 편견의 대상이 만나서 소통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에 국회도서관에서 휴먼 라이브러리 행사를 개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요즘 청소년기 학생들이 진로 탐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진로를 빨리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각계 전문가인 휴먼북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방향 설정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습니다. 나의 재능이 필요한 곳에 휴먼북이 되어 우리 이웃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했던 멘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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