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렇게 더운 거 맞죠?” 조회대에 걸터앉아 있던 한 녀석이 내게 고개를 꾸벅하고 말을 건넨다. 질문을 던지는 표정이 자신만만하다.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옆에 녀석이 “그렇지. 그러니까 너 숨 쉬는 거 줄여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니까. 그쵸? 선생님~”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써먹는 것이 뿌듯한 모양이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둘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었다.

급식소 앞에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수다 삼매경이다. 그 한 쪽에 경제 봉사 동아리 아이들이 미술실에서 빌려온 이젤을 놓고 수업 시간에 작성한 것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젤 앞으로 하나 둘씩 모인다.

“여기 스티커 받아서 투표해 주세요.”, “제일 맘에 드는 청주 브랜드를 골라주세요.” 모여드는 사람들로 동아리 아이들 손이 분주하다. 준비한 스티커를 나누어 주며 설명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신이 났다.

아이들과 2주에 걸쳐 청주의 지역 브랜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첫 시간, 세계의 유명한 지역 축제 영상을 함께 보았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스페인 토마토 축제인 라토마티나,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일본 삿포로의 눈축제. 끝자락에 보령 머드 축제가 소개되자 “우와~” 하고 교실 여기 저기 아이들의 반가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영상을 본 아이들에게 청주의 자랑꺼리를 찾아 지역 브랜드를 개발해 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인터넷을 검색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청주의 자랑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 뭐하지?” 할 것이 없다는 소리를 연발하기도 하고, 막막한지 다른 모둠 책상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나는 넌지시 힌트라도 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아이들은 어느새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청주를 소재로 슬로건이며 캐릭터, 지역 상품을 개발하느라 바쁘다. 아이들 손끝에서 직지의 도시, 교육의 도시, 청정한 도시 청주가 다시 태어난다.

지역에 살지만 동시에 세계 속에 사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우리 지역 청주는 어떤 의미일까? 함께 청주에 관해 찾고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브랜드를 만들면서 어느새 아이들은 청주 속에 있다. 수업을 통해 청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아이들, 청주가 자랑스러워졌다는 아이들. 우리가 살고 있는 소중한 터전으로 청주를 알아가고,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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