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면서 주민 의견 반영하는 협의회 만들 터

<산남두꺼비생태마을아파트협의회 김수용 신임회장 인터뷰>
 

▲ 김수용(산남 칸타빌1단지) 아파트협의회장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시대부터 등장했다는 아파트. 아파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기 위해, 더 깨끗하고 편안한 도시생활을 즐기기 위해 설계됐다. 매우 깊은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실 ‘공동체 상실’, ‘삭막한 현대사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딱딱한 콘크리트 담벼락은 개별화된 현대인의 이미지와 맞물려 산업화, 도시화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겠노라’ 다짐하지만 이미 아파트는 우리 주거문화의 대명사가 되었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년이면 아파트 입주 10년을 맞는 산남동 주민들도 입주 초창기에는 많은 우려를 했었다. 소위 ‘아파트 촌’, ‘먹자 촌’이라 불리며 나눔이니, 공동체니, 상생이니 하는 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구룡산을 깍아 8개 아파트를 지었고 법원과 검찰청, 교육청 등 주요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개별화와 공동화, 상업화를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려일 뿐, 현재 산남동은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공동체 마을로 꼽힌다. 2004년 11월,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 간 최종 합의안으로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한데 이어 2009년에는 산남두꺼비마을신문을 창간했다. 또 2010년 산남두꺼비마을주민협의회를 거쳐 2014년에 두꺼비마을협동조합을 창립,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13년 구룡산 개발을 막기 위해 ‘구룡산 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 주도로 이뤄진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은 많은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또 각 아파트마다 운영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공동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아파트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곳, 산남동은 분명 언밸런스 하지만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동네다.
이런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는 많은 주민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있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주민들의 대표 조직인 산남두꺼비생태마을아파트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있었다. 입주 초창기부터 마을축제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경로잔치, 영화제 등 주민들이 화합하고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산남대원칸타빌 1차 김수용 대표회장과 함께 아파트와 나눔, 공동체,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해 본다. 


상생하는 길…화합과 단합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은 인상을 지닌 김수용 회장은 협의회 회장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바로 공동체의 기본을 강조하겠다는 말인데 김 회장은 “8개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회칙 등 공동체의 원칙을 지키고 화합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란 도시 계획상 공원, 도로로 지정된 부지가 일정 기간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공원지정 효력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제도다. 민간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은 구룡산 뿐 아니라 영운공원, 잠두봉공원, 새적굴공원, 매봉공원, 원봉공원, 가경공원, 월명공원 등 254만㎡에 이른다.
 

협동조합 정신으로 마을 일 할 계획

김수용 회장이 공동체나 화합, 상생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실 ‘30년 협동조합 맨’에 기인한다. 청주농협의 북부지점장인 그는 조율과 나눔의 힘, 협동조합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년 말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30년 동안 협동조합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평등하고 공평하며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협동조합의 문화이자 정신입니다. 마을 일을 할 때도 협동조합 정신으로 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각종 이권 개입과 부정적인 일들이 종종 전파를 타면서 사실 이제껏 아파트협의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었다. 심지어 콩고물이나 바라는 사람, 또는 완장차기 좋아하는 사람쯤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봉사자’라고 부른다. 주민들을 위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하며 나아가 소통과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는 사람.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각종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사람. 협의회장은 각박해져가는 도심 속에서 공동체를 가꿔 가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삶 살고파”

김수용 회장은 영조퀸덤아파트 백숙희 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아파트협의회장직을 사임함에 따라 남은 임기동안 후임으로 당선되었다. 김 회장은 “얼떨결에 당선됐다”며 사람 좋게 웃어 보이지만 협의회장직을 맡게 된 것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위에서 받은 ‘도움’을 이제는 갚으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수용 씨는 ‘봉사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어쩌면 흔한 말을 아내 안상숙 씨를 통해 느꼈단다. 안상숙 씨는 도서관 봉사자로써의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이승훈 청주시장으로부터 봉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도서관 봉사자로 열심히 활동하는 아내를 보며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협의회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산남동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 김수용 회장. 그는 산남동에서 좀 더 따뜻한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할 제대로 할 계획이다. 한결 살맛나는 산남동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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