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초 아버지회장 김홍무 씨의 꿈


아빠와 함께하는 수련회에 150여명 가깝게 참가했다고 해서 급하게 괴산 보람원을 찾았다. 저녁 8시쯤 찾아간 보람원은 생각보다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다란 모닥불을 중심으로 족히 200여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창 열광적인 군무를 함께하고 있었다. 잠시 후 벌어진 자녀에 대한 아빠의 소망과 자녀의 소원이 낭독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흐르는 딸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산남초 김홍무 아버지모임 회장을 볼 수 있었다.

산남초의 ‘아버지들과 함께하는 자연놀이 캠프’는 한눈에 보아도 성공적이었다. 기자가 찾아간 시간은 ‘우리가족 최고의 페스티벌’이라는 프로그램이 저녁 늦게 열리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이미 뗏목탐사와 챌린지 어드벤처 프로그램을 끝낸 후 저녁식사후의 이날 마지막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김홍무(44세) 산남초 아버지회장은 산남동 주민자치위원, 방위협의회위원, 산남초 운영위원에 자신의 직장이자 직업인 광고기획 이벤트 회사까지 보통 열심히 살지 않는 한 하나만으로도 힘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 마당발에 공동체 일에 관해서는 아주 열심이었던 터. 더욱이 최근에는 청주시 학교 아버지연합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해 아빠와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라는 김 회장. 먼 길 찾아 인터뷰하러온 보람이 있었다.

“5학년인 큰아들이 다니는 청주교대 아버지회에 참가했다가, 산남초 3학년인 딸 때문에 산남초에서도 아버지회를 구성하게 되었다”며 예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김 회장. 혹시 다른 애들을 위해 집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을 가로저으며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 학교 다닌 이후 집에 충실하고 있다. 또 일요 일 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가마리에 텃밭을 얻어 고추며 가지 등 주말농장을 아이들과 함께 꾸미고 있다”고.

인터뷰 중 지나가는 딸 수민(3학년)이에게 아빠가 정말 집안일 잘하냐고 묻자 “엄마가 학교 다녀서 우리 저녁밥도 해 주세요”한다. “요즘 아주 죽것어유. 애 엄마가 늦어져서 밥 챙겨주고 저녁약속 나간다니까” 손사래를 쳐가며 너스레를 떤다. 최근에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다니는 아내 임은경 씨가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게 되어서 집안일까지 얼떨결에 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에 있던 아버지 모임 멤버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연가내고 아내 눈치 보면서 참가했다는 아빠는 “애들이 만족하고 있어서 참가하길 잘했다” 옆에 있던 또 한 아빠는 “아버지모임 처음 만들자고 할 때 이렇게까지 잘 끌고 올 줄은 몰랐다”면서 “아빠들이 바쁘고 직장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아빠로서의 존재감과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하기 힘든데 이번 참여로 추억을 만들어 주게 되었다”고 했다. “김 회장이요? 모든 면에서 열정적입니다” 산남초 아빠와 함께하는 여름수련회는 내년에도 열릴 듯하다. 이미 내년에도 또 하자는 말을 이곳 저곳에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초, 2년간의 임기가 모두 끝난다고 한다. “후임 회장이 잘 하겁니다” 김 회장은 이제부터 산남초의 아버지 회장이 아닌 청주시 아버지모임 연합회장으로서 또 다른 어린이와 아빠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었다. 김 회장이 꾸는 꿈, 어린이들에게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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