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본 후 첫 수업 시간. 고민 고민하며 준비한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노트북에 활동지며 색연필을 바리바리 챙겨서 교실로 향했다. 2층 교무실에서 4층 교실까지 들고 오느라 땀이 삐질삐질 날 지경인데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질문 세례다. “선생님, 점수 나왔어요? 성적 확인 안해요?” 몸을 앞으로 내밀고 너도 나도 묻는 모습이 먹이 물고 온 어미 새를 본 새끼 제비 같다.

 “어이구,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냐? 선생님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숨넘어가겠다.” 몇몇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더니 수업 도구 상자를 받아주고 노트북 설치를 도와준다. 고맙단 인사를 챙겨하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리면서 흔들린다.
 
그래, 얼마나 궁금하겠나?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겠지. 안쓰러운 마음에 씩 한번 웃어준다. 내 웃음을 따라 아이들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더니 한명씩 점수를 확인하는 동안 미소가 사라져 간다. 아쉽고 안타깝다. 학교의 평가가 배움과 성장, 자기 성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점수로 줄세우기에 우선인 현실이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시험을 통해 배움을 깊이 있게 하고, 그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경험하고, 결과의 반성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가기도 한다.
 
시험 점수를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짧은 활동을 제안했다.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드는 기분을 모두 찾아보게 하였다. 감정단어가 적힌 종이를 보며 아이들이 감정을 찾는데 점점 몰입한다. 속상하고 짜증나고 아쉽고 불안하고 죄송하고 두렵고 걱정되고 실망스럽다는 아이들이다.
 
짝과 함께 찾은 감정을 서로 이야기하게 하였다. 속상하다고 말하면 짝이 공감해 준다. ‘속상하겠다. 속상하구나. 속상했겠어.’ 짝과 실컷 이야기하고 나서 정말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본심(本心)을 찾아보게 하였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실컷 토로하고 친구들과 공감을 주고받으며 가벼워지면 좋겠다. 비우고 나자 먹구름 가득하던 아이들 마음에 비온 뒤 하늘처럼 본심이 선연하게 드러난다. 짧게 준비했던 감정 나누기 활동에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결코 아깝지 않다.
 

“얘들아, 너희들이 정말 바라는 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는 거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자 그럼, 이제 선생님이 준비한 프로젝트 주제 들어볼래?”

“네~~.”

큰 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 눈이 흔들림 없이 생생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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