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30명, 회원 600여명에 이르러
청주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기도

청주지역 작은도서관 169곳. 5~6년 전만에도 생소하게 들리던 작은도서관이 이제는 169곳에 이른다. 말 그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아파트마다, 교회마다, 또 공공시설마다 작은도서관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공간만 덩그러니 있고 전혀 활용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도 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이 있음으로 해서 주민들은 모일 수 있었고 또 마음을 모아 공동체를 위한 작은 불씨도 피어날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소통의 공간, 공동체를 위한 장소, 이른바 사랑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산남동 8개 아파트의 작은도서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도서관이다. 공간 활용은 물론 주민참여, 공동체 형성에 일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방’이라는 말 그대로 주민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는 산남동 8개 아파트의 작은도서관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푸르지오 작은도서관>

“애들아! 요셉이 꼬질꼬질한 손수건 다음엔 또 뭘 만들었을까?” “단추요! 구슬이요! 양말이요!”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 4일 오후 6시 산남동 푸르지오 아파트 작은도서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쌀쌀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도서관 열기가 뜨겁다.
십 여 명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심스 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라는 그림책에 푹 빠져 있다. 김영이 논술 강사 질문에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손을 들어 답변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고 활기차다. 
주인공 요셉아저씨는 낡고 작아진 오버코트를?자켓으로, 자켓을 다시 조끼로, 조끼를 또다시 목도리로 만들어 쓰다가 급기야는 단추로까지 만들어 아껴 쓴다는 이야기.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다시 고쳐 쓰고, 아껴 쓰는 것이 구질하기보다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낡은 옷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 오버코트가 단추로 변하는 과정을 재밌고 유쾌하게 보여주는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라는 그림책이 이날 논술수업의 교재이다.

▲ 푸르지오 작은 도서관에서 매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수업을 하고 있다.

도서관은 우리 동네 책 놀이터

아파트 관리동 2층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청구기호 별로 도서가 책꽂이에 빼곡히 꽂혀 있다. 알록달록한 책 겉표지가 유난히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다.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는 엎드려 신나게 만화책을 읽고, 요즘 곤충에 빠진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는 한 가운데 놓인 널따란 테이블 위에 책을 늘어 놓고 곤충에 빠져든다. 여자아이 두 명은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다가 자신이 보고 있던 책을 서로 보여주고 깔깔대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푸르지오 작 은도서관 풍경이다.

 

▲ "우리에게 작은 도서관이란"

푸르지오 작은도서관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책 놀이터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친구를 기다릴 때, 편안하게 책을 읽고 싶을 때, 수업을 들을 때 언제라도 도서관에 들러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이 문을 열었던 초창기부터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민주 씨는 “아이들이 수시로 들러 책도 읽고 모임을 한다”며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도서관은 꼭 필요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 푸르지오 작은도서관에서는 지난해 5월 "푸르른날엔 도서관에 가자"라는 주제로 축제를 열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작은도서관은 현재 봉사자 30여명이 꾸려나가고 있으며 주민 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700세대 중 150세대가 회원인 셈이다. 또 바느질, 컬러링 북, 냅킨공예, 영어교실 등 10여개 이르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아동 및 성인을 위한 6000여권의 도서도 보유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청주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도서관은 아파트에서 꼭 필요한 곳’이라는 박민주 씨 말이 이해가 간다.

 

주민이 원하는 도서관을 만들다

현재 푸르지오 작은도서관이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봉사자가 없어 책 분류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곳에 도서관이 있어 아이들이 들르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
박민주 씨는 “2014년 1월 전에는 현재 탁구장이 있는 자리에 도서관이 있었다”며 “지금처럼 도서관이 아파트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돈을 버는 일도, 딱히 칭찬을 듣는 일도 아닌데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어찌 쉬웠겠는가? 박민주 씨는 “지금처럼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진 비결은 우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서관을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앞으로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활동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자립하면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주 기자 chjkbc@hanmail.net

 

“도서관 일은 재밌고 보람있어요!”

 

<푸르지오 작은도서관 지킴이 안광옥 씨 인터뷰>

 

“저에게 벅찬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원래 책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고 봉사한다는 생각도 들어 보람 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푸르지오 작은도서관을 책임지고 있는 안광옥 씨. 그녀는 도서관 봉사활동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수더분한 인상에 다소 수줍음을 타는 모습이 선하면서도 편안하다. 안 씨는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이제는 봉사도 하고 싶고 도서관이라는 매력에 끌려 도서도우미 모집에 과감히 지원했다”며 “일한지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재밌고 보람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많아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도 인터뷰를 하는 내내 혹시 동아리 회원들이 활동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또 아이들이 수업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지저분한 곳은 없는지 연신 살핀다. 아이들이 읽다가 책상에 그대로 두고 간  책들을 다시 책꽂이에 정리하는 것은 물론 동아리 활동 이후 지저분해진 도서관 정리 정돈도 그녀의 몫이다.
안 씨는 “아직은 대출하고 반납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업무도 익혀 제가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고 싶다”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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