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름방학?

▲ 조서연(산남고2)청소년기자
슬슬 더워지나 싶더니 어느새 멀 것만 같던 여름방학이 금방 찾아왔다. 몇 년 전만이었어도 방학이라면 놀 생각에 들떠 있었겠지만, 고등학생의 여름방학이란 마냥 그렇지만은 못하다. 우선 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보충 수업이 이루어지고, 많은 학생이 선행 혹은 복습을 위해 학원을 찾는다. 고등학교에서 맞는 방학만 이번이 세 번째니 익숙한 풍경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옳은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흔히 고등학교에서의 방학은 다음 학기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들 한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다음 학기의 공부를 예습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라고도. 특히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은 수능을 일 년 앞둔 시기로서 교과 공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많은 선생님,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교과 공부에만 치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에게 있어 방학은 ‘정말로 내게 부족한 공부’를 하는 시기였다.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영화도 많이 볼 수 있고, 나의 진로에 대해 길고 진지한 고민도 할 수 있고, 전시회나 공연에도 많이 다닐 수 있는, 다시 말하면 ‘나를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나면 나 자신이 약간은 더 성장한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수학이나 영어 과목 등 부족한 과목들도 공부하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전체의 공부 중 단 일부였을 뿐이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주위를 보면 나처럼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방학을 보내는 친구들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이런 나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나도 내가 늘 해왔던 생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친구들처럼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는,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하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나의 확고한 진로를 찾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지금에야 그때의 일은 한때의 성장 과정으로 생각되지만, 그 당시에는 꽤 심각했었다. 어쨌든 그런 시기를 겪자 지금도 그때의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고, 그거를 위해 일차적인 수단으로 공부를 선택했다면 그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는 목적을 찾지 못한 채 쉼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다면 제발 잠깐은 공부를 멈추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게 방학 동안 자신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국·영·수를 공부했던 것보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나 인생에서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방학을 맞이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이제야 방학을 맞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또, 각자 방학 때의 목표나 계획이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없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목표들과 동아리 활동 때문에 여러모로 바쁜 방학생활이 될 것 같다. 부디 모든 친구에게 신나는 여름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학이 끝났을 때, 각자가 더욱 성장한 모습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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