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소중한 아이의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올해 담임을 맡게 된 추주연입니다. 아이들 입학식 첫날, 기대와 함께 염려의 마음도 크셨죠? 저도 설레고 긴장되던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2주 정도 생활하며 차츰 학교에 적응하고 조금씩 더 편안해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안심되고 기쁩니다. 지내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갈등도 나타나겠지요. 벌써 소소하게 생각이나 견해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받고, 서로 보듬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리라 봅니다. 부모님과 제가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저의 소통만큼이나 부모님과 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학부모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나? 어떻게 생활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하실 겁니다. 그러나 여건상 바쁘고 시간 내기 힘들기도 하시죠. 오시는 분은 딱딱한 회의시간이 아니라, 부모님과 제가 아이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나누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여건상 오시지 못하는 분께는 언제든 마음 나누며 아이를 함께 살피는 조력자의 관계이고 싶은 제 바람을 전하고자 합니다.
처음 교직을 시작할 때, 저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익혔으면 하는 지식과 능력을 잘 전달해주고 배움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금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성장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것은 저 또한 평생에 걸쳐 키워나가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지각을 하는 우리 반 친구에게 언성 높여 야단을 쳤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길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나갈 수 있는 태도를 길러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야단을 맞고도 제 마음을 헤아리고 저의 본심을 잘 받아주어 기특하고 뭉클했습니다. 아이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고민도 함께하는 따뜻한 교사이고 싶습니다. 동시에 더 깊은 생각을 촉진하고 아쉬운 행동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분명하고 단호한 교사이고 싶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키우면서 서로 다른 부분을 존중하고 학급 안에서 어우러지기를 바랍니다.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를 북돋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배움이 아닐까요? 이러한 모습이 제가 일구어 나가고자 하는 공감교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도 아이의 배움과 성장을 바라고 애쓰시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든든한 마음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부모회의 안내로 시작한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이 자꾸 많아지네요. 봄이라지만 아직은 겨울외투에 손이 가는 쌀쌀한 날씨입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P.S.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심쿵하시죠?(‘심쿵’은 요즘 아이들 말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라고 하네요~^^) 제 전화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필요하실 때 편하게 전화주시구요.
 
추주연(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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