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무리는 12월이지만 학교의 마무리는 2월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졸업식만을 남겨둔 3학년 교무실은 어수선하고 정신없다. 아이들의 교실은 언제나처럼 생기가 넘치고 조금 더 들떠 보이기도 하다. 2월의 교실과 교무실은 한해살이를 정리하기 바쁘다. 각종 책과 자료, 서류 더미가 수북한 속에 1학기에 받아둔 과제물 묶음이 눈에 띈다. 자원 관련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자원을 찾아 적어보는 과제를 제시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자원을 찾아 쓴 내용을 다시 읽으며 마음이 푸근하고 흐뭇하다.

손수 소매 걷어 청소하며 소통하려 애쓰는 선생님, 늘 밝은 얼굴의 긍정적인 선생님, 친근하고 거리감 없이 대하는 선생님, 한없어 따뜻하게 품어주는 선생님, 쓴 소리를 마다않는 선생님, 힘들어도 웃어주는 선생님, 행여 졸릴까 재미있게 수업하려 애쓰는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선생님...
아이들이 보내주는 따뜻한 시선과 응원의 마음이 느껴진다. 선생님들께 아이들의 글을 나누어 드렸다.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서로 돌려 보며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한 분 한 분 정겹고 든든하다.

 
교사는 존재 자체로 가르친다. 말로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방식으로 가르치는 한 인간이다. 공감교실의 교사는 교사 역할을 넘어 인간 존재로 아이들과 만나고 성장을 돕는다. 아이들은 교사의 존재 방식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 방식을 배우고 찾게 된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는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자신의 존재 방식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자신감 넘치고 순발력 있는 민지, 차분하고 합리적인 시연, 분명하고 결단력 있는 예진, 수줍고 다정다감한 성아. 목소리만큼 마음도 예쁜 (김)소연,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수현, 주관과 소신이 분명한 승민, 뜻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영진, 부드럽고 상냥한 해빈, 침착하고 이해심 많은 유정, 여리고 정이 많은 수아, 당당하고 합리적인 진, 친절하고 긍정적인 지혜, 사려 깊고 온화한 수빈, 솔직하고 소탈한 지은,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윤혜, 유쾌하고 밝은 서현, 명석하고 진지하게 배우는 기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민경, 다정하고 따뜻한 송,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연, 배려심 깊고 넉넉한 은호, 야무지고 분명한 정명, 주도적이고 용기 있는 지연, 친절하고 해맑은 (전)소연, 매력적이고 호감 가는 제희, 차분하고 온정적인 (정)민경, 시원시원하고 대범한 리더십의 아름, 쾌활하고 활동적인 민솔, 솔직하고 꾸밈없는 예은, 카리스마와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유빈, 긍정적이고 밝은 정현, 유연하고 매력적인 채명..

 
각각 존재로 온전하고 함께 하는 속에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한해였지. 선생님도 너희들과 함께 배우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어. 대견하고 기특하고 고마워. 선생님은 너희들이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찾아나가길 바란단다. 바라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지 생각하여 행동하고,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고 행복하길... 나와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잘 가라. 나의 제자들... 사랑한다.


추주연 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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