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사람&사람) 변호사
요즘 법조계에서는 ‘상고법원’이 이슈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이후 대법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관련 법률이 이미 지난 연말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상고법원’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존 사법체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 헌법상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고, 그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 대법원에는 ‘대법관’을 두고, 각급법원은 지방법원, 고등법원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우리의 사법체계는 ‘3심제’이고, 최종심은 대법원에서 ‘대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상고법원은 ‘대법관이 아닌 판사’로 구성되면서 ‘최종심’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법원에 의한 판결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헌적인 발상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상고법원’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 안을 보면,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을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사해 일부는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고 일부는 상고법원으로 보낸다. 대법원이 맡는 사건은 △사형·무기징역 선고 사건 △당선무효 사건 △군사법원 사건, 주민투표소송 등 헌법·법률이 대법원에서 재판하도록 정한 사건 △법령 해석 통일에 관련된 사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그밖에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타당한 사건이다. 그 외 사건은 상고법원으로 보내진다. 쉽게 말하면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큰 사건에 한정해 대법원이 직접 심리를 하고 나머지 상고심 사건은 상고법원이 맡게 된다. 상고법원 판사는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하고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보임된다.

‘상고법원’을 왜 도입하려는가? 지난 2002년 만 8천여 건이던 상고사건 수는 2013년 3만 6천여 건으로, 11년 만에 2배나 늘었다. 따라서 급증하는 상고심 재판을 담당할 법원을 따로 만들어,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다.

‘상고법원’설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공적 이익’이나 ‘상당한 사건’은 기준이 모호하다. 따라서 소액, 사기, 절도 등 소위 서민들 사건은 상고법원이 맡고, 힘 있는 사람은 대법원에서 재판받는 ‘소송 불평등’이 우려된다. ‘무전상판, 유전대판’이란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둘째, 상고법원 판결이 헌법·법률에 위반되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르면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4심제’가 될 우려가 있다. 무수히 많은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는지 한 가지 의미로 판단하기 어려운 데, 결국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이유로 제2의 상고가 상당 부분 허용되고, 이는 결국 4심으로 이어져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별상고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고, 현재보다 많은 인력이 상고심 재판에 투입돼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그러다 보면 소송 당사자들이 대법원에서 재판받기 위해 대법관 출신 등 전관 변호사들을 찾거나, 4심으로 이어져 그에 따라 변호사 비용이 늘어나는 등으로 소송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사건 증가다. 대법관 한명이 한 해 3천여건을 처리한다고 하니 그 심리가 충실할 수가 없다. 그러나 소송당사자들은 누구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상고심 심리의 충실화와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와의 절충으로 ‘상고법원’이 도입된 것이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고 대신 대법관 증원으로 해결하자는 주장과 변론주의, 사실심 충실화 및 지방에 상소법원 설치등의 조건으로 찬성을 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대법원은 판사 1명이 단독재판부의 절반을 4년 안에 경력 15년차 이상 부장판사급으로 채우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하급심 충실화 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필자 개인 소견으로는 논리적으로 대법관을 증원하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사소한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서면심리’라는 제한 때문에 오히려 1,2심보다 심리가 충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상고법원에서 비록 대법관은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판사에게 더 충실한 재판을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 전제는 사실심이 더욱 충실화되어야 하고, 상고법원에서도 일정한 사건의 경우에는 ‘변론’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고법원은 지역에도 설치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상고법원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최우식(사람&사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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