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안)
갑은 10년 전 을과 혼인하여 결혼생활을 지속하여 왔으나 최근 남편 을의 부정행위로 인해 이혼을 하고자 한다. 을 소유 명의의 주택은 매도하여 위자료조로 받았지만, 을은 대기업체의 간부로 재직중이고 만일 직장을 퇴직할 경우에는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러한 퇴직금에 대하여도 재산분할청구를 해보려고 한다. 과연 갑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판례는 ‘ 퇴직금은 혼인중에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가 유예된 것이므로 부부의 혼인중 재산의 일부가 되며, 부부 중 일방이 직장에서 일하다가 이혼 당시에 이미 퇴직금 등의 금원을 수령하여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청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고 하였다가 ‘이혼 당시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의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가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는 없고, 다만 위와 같이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소정의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면 충분하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므213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이혼 당시 퇴직금을 이미 수령하고 있는 경우 혹은 이혼 당시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퇴직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엄격히 해석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의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갑이 재산분할청구를 한다 해도 청구가 인용될 수 없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아주 최근까지 이어졌으나 2014. 7. 16.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물론 퇴직급여채권은 퇴직이라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함으로써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이혼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나 변동가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지 장래의 그 수령가능성을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하는 것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ㆍ분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반하여 부당하다. 위와 같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 및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그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그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결국 갑이 현재 을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한다면 위 변경된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갑의 청구가 인용될 것이다. 또한 민법은 협의로 이혼한 경우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협의이혼 당시 퇴직급여에 대해 재산분할을 하지 않았고 협의이혼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다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도 재산분할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혼이 해소될 때에도 배우자의 퇴직급여에 대해 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재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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