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주연 수곡중 교사
영화‘워터 월드’에서 환경오염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지구는 물로 뒤덮이게 된다. 인류의 문명은 수중에 가라앉고, 인간들은 바다 위를 표류하며 생존의 투쟁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배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오줌을 간이 정수기에 걸러서 마신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소금이지만 바닷물을 그냥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물은 왜 짤까? 바닷물에 소금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 한 임금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어놓는 신기한 맷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탐낸 도둑이 훔쳐서 바다로 도망쳤다. 배가 바다 멀리 나오자, 안심한 도둑은 당시에 가장 귀한 소금을 나오게 하였다. "소금 나와라" 하자 소금이 한없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원하는 대로 소금이 배에 가득 차게 되었으나, 도둑은 맷돌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몰라 배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맷돌에서 그 뒤에도 계속 소금이 나와 지금까지도 바다가 짜다는 우화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다. 이야기처럼 바다 속에 가라앉은 맷돌에서 소금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바다 속에 소금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오랫동안 큰 비가 내렸을 때 지구 표면에 있던 염분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까닭도 있고, 화산과 해저 수원지에서 나오는 물질로 소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다 속 소금의 대부분은 육지의 바위가 부서져 바위 속의 소금 성분이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육지의 소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그 바다로부터 우리는 다시 소금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수업 시간, 갯벌에 대하여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나라의 갯벌이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는 것과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 협약에 등재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내용에 아이들이 놀라워한다. ‘간척사업으로 넓힌 땅은 농사를 짓기에 알맞을까?’라고 질문을 던지자 소금기가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아이들의 대답이 나왔다. 한 아이가 문득‘그런데 바닷물은 왜 짠 거지?’하며 묻는다. 아이들이 술렁거린다. 정확하게 바닷물이 왜 짠지 아는 아이가 한명도 없다. 아이들이 제각기 다양한 생각들을 쏟아 놓는다.

 
우리는 예상되는 가설을 세우기로 하였다. 맷돌설, 신의 오줌설, 인간의 오줌설, 인간의 땀설, 빗속 염분설, 용암 염분설, 해저 염분설, 당나귀의 소금짐설 등 다양하기도 하다. 아이들로부터 나온 가설들은 재미있고 엉뚱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가설을 주장하고 근거를 설득력 있게 내세운다. 여기저기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서로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해 가며 나름 예상되는 설을 꺼내놓는다. 교과서 내용을 다루는 시간에는 말이 없던 아이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아이들이 이야기한 설을 투표에 붙였다. 맷돌설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차지하고 다음은 해저 염분설이다.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수업을 마칠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바닷물이 짠 이유를 알아보고 누구의 가설이 가장 근접한지 찾아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맷돌설을 주장한 아이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찾아왔다. 과학 선생님께 도움을 부탁드려서 바다가 짠 이유를 출력해 왔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맷돌설이 그냥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며 자신이 낸 가설에 흡족해 한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 바다가 짠 이유를 알아냈다며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 모습이 생기 넘친다. 내가 꿈꾸는 교실이, 아이들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의 질문이 많아졌다.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생활 속의 궁금한 것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반갑다. 그저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아이들의 참여를 기대하며 다음 시간에는 남반구의 바다가 북반구의 바다보다 짜다는 사실을 슬쩍 흘려보아야겠다.


추주연 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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