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 변호사
A는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를 하다 상사와 불화가 생겨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 억울한 마음이 들어 회사에 다시 몰래 들어가 예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의 명단 파일과 고객 관리를 위해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복사해 왔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회사 소유의 컴퓨터 파일을 훔쳐갔다는 이유로 A를 절도죄로 고소하는 동시에 파일을 출력한 문서 역시 장물에 해당하므로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A에게는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절도죄에 관하여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형법은 재물의 의미에 대해 유체물뿐만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동력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판례는 ‘ 절도죄의 객체는 관리가능한 동력을 포함한 '재물'에 한한다 할 것이고, 또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소유자 기타 점유자의 점유 내지 이용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자신의 점유하에 배타적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할 것인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며, 또 이를 복사하거나 출력하였다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가 감소하거나 피해자의 점유 및 이용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그 복사나 출력 행위를 가지고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출력한 문서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출력하여 생성한 문서는 피해 회사의 업무를 위하여 생성되어 피해 회사에 의하여 보관되고 있던 문서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지고 갈 목적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이 생성시킨 문서라 할 것이므로, 이는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가지고 간 행위를 들어 피해 회사 소유의 문서를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형법이 재물로 규정하고 있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 대해서 관리란 ‘물리적인 관리’를 의미하고 사무적·법적 관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권리 그 자체, 라디오·TV의 전파, 전화, FAX 송수신기능, 프로그램이나 전자기록의 복사에 의한 경제적 가치 등은 절도죄의 객체인 재물로 간주할 수 없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72 판결,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700 판결)

따라서 A의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고객관리를 위해 이용하던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만일 회사가 그 프로그램의 저작자인 경우에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48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불법으로 복제한 A를 같은 법 제46조 젭항의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로 고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안재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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