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세상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과 2주일이라는 시간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겨우 2주일쯤이야’라고 생각했지만, 2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졌고 부모님이 무척 보고 싶었다. 주말에 한 번씩 있는 효도 전화시간에는 괜히 눈물이 나고 울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효와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공주도령서당에 가기 전에 힘내라고 어머니께서 집 근처 식당에서 삼계탕을 사주셨다. 도령서당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거리로 차 한 대만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을 3km가량 올라가다보면 산꼭대기 근처에 도령서당이 나타난다. 도착하기 마지막 5분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도착하기 2분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마구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주도령서당에 도착했다. 도포자락에 갓을 쓰신 훈장님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내가 좀 늦게 온 건가?  아이들은 훈장님께서 2주일간의 서당생활에 대해 말씀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들어가 앉았다. 입소식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갔다. 아는 형도 있어 반가웠지만, 대부분이 모르는 형, 동생, 또래친구들이었다. 훈장선생님을 도와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아닌 예사님의 안내에 따라 서당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형,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평소 지내던 것과 많이 달랐다. 잠을 잘 때도 평소 생활과는 달랐다. 나는 평소에 11시를 넘겨서 자고 7시 30분에 깬다. 하지만 여기서는 9시 30분에 자고 기상은 6시 30분이다. 그렇게 첫째 날인 일요일이 가고 월요일이 왔다. 월요일에는 영선 도인법을 배웠다. 옛날 선비님들이 하시던 선비체조라고 한다. 이렇게 영성도인법을 하고나서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음식물을 남기면 벌을 받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침밥을 모두 잘 먹었다. 왜냐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밥맛이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밥을 먹고 한자 책을 받아서 공부를 하였다. 오늘의 주제는 부모이다. 부모는  사자소학에서 제일 첫 번째 배우는 주제이다. 이렇게 한자공부를 하고 예사님께서 복습을 하자고 하셨다. 복습을 많이 하니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터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 볼 수는 있었던 시간이었다. 수련할 때 4개 반으로 나누어서 진행했다. 인, 의, 예, 지반이 그 명칭인데, 인반은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교 6학년형들이, 의반은 4,5학년이 모인반이고, 예반은 3학년이하 어린 남학생들이 모였고 지반은 여학생들 수련하는 숙소이다. 점심을 먹고 치자 천연염색을 하였다. 알록달록은 아니어도 옛날의 천연염색이 돋보였다. 한자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 일기를 쓰고 이렇게 하루를 마친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는 바로 첫 번째 주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엔 훈장님께서 권학시를 들려주셨다. 잠깐 권학시를 소개해 보겠다.
‘少年易老(소년이노) 學難成(학난성)하니, 一村光陰(일촌광음) 不可經(불가경)하라, 未覺池塘(미각지당) 春草夢(춘초몽)인데, 階前梧葉(계전오엽)이 秋聲(추성)이라 /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마디 광음을 가벼이 여기지마라.  못가에 봄풀의 꿈을 깨닫지도 못했는데, 뜰 앞의 오동잎이 이미 가을 소리로다’ 이런 권학시를 읽었다. 배움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시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 물놀이를 하러갔다. 물놀이를 하러 논밭을 가로질러 물놀이장으로 갔다. 물놀이장은 더럽지는 않아도 비가 와서 물색깔이 뿌옇다. 하지만 신나게 놀았다. 물놀이를 하고 났는데 엄마생각이 자꾸 났다. 그래도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 울음이 결국 잘 때 터져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열심히 한문 공부도 하고, 재미있게 놀고,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한자 실력이 늘고, 인사하는 법을 배우고, 편식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효도편지를 쓰는 시간에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집에 대한 생각이 그 연필 끝으로 묻어 나오도록 정성스럽게 썼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 훈장님께서 짚을 한아름 가져오셨다. 바로 계란꾸러미를 만드는 시간이다. 너무나 멋있었고, 집에 선물로 가져갈 수 있어 좋았다.
 
 퇴소하는 날 부모님께서 오셨다. 나는 먼저 읍절로 인사를 하였다. 부모님도 대견해 하시는 것 같았다. 지난 수련생활 동안 찍은 사진들, 만든 것, 공부한 것을 예사님이 파일로 넣어 주셨다. 방학과제는 별도로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2주일동안 길게 느껴졌던 수련생활이었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다. 편식하지 않는 것, 한자 공부하는 것, 인사하는 것 등 나 자신이 발전하고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상 공주도령서당에서 수련한 이진성입니다

샛별초등학교 4학년, 이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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