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충북여성 백일장에 장원으로 당선한 이진숙(칸타빌1단지)씨

 
첫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긁적이다 보니 날이 새 버리네요.
생각이 영그는 열 살쯤, 모나미 볼펜이 큰 오빠에 철제책상 위에서 일어날 줄 모르던 유월 밤, 친정집 건넛방이 떠올라 백일장이란 곳에 처음 나가 시 한 편 써 봤습니다.

글쓰기는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1인1책 펴내기 수업에 두 달 배운 것이 고작인데 뜻밖에 여성백일장에서 장원이란 이름표를 달고 보니 그믐밤 앵두빛 두 볼이 붉게 익어가듯 부끄럽게 몇 줄 휘젓다 내려갑니다.

일인일책에 참여하면서 우연히 두꺼비 생태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다가  개인의 책을 내준다는 것이  너무 멋있는 것 같아 신청을 했습니다. 어차피 아마추어니까 부담 없이 써서 가져가 느낌을 나누고  평가받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입상까지 하게 되어 기쁘지만 글 한줄 쓰는 것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누구나 올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있는 수업이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진숙 드림

이진숙(산남칸타빌1단지)씨는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1인1책 강좌에 참여하며 2013충북여성백일장에 참가해 시부문 장원에 당선되었다.
여백문학회(회장 김용례)가 주최하고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가 후원한 2013충북여성백일장은 3월11일 청주 3.1공원에서 열렸는데 이날 백일장에는 모두 73명이 참가했으며 20명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눈물

기나긴 여름 장마
헌우비에 코빠진 우산 주서 들고
긴 장화 신으신 아부지가
논둑 트러 가신다

그 해 태풍은
다섯마지기가 볏논을 엎치고
처마 밑 고무목간통을
몇번이나 넘쳐서야 끝이 나고
뙤약볕 벼 세우기가 시작되었다

늙고 큰 검은 개미마냥
쉴 틈이 없다

뒷 마당에 떨어진 돌배는
바가지에 가득하고
퍼런 감이 가지채
장독 앞에 널브러져 있던 날

혼자 된 언니가
큰 가방에 독기만 들고
우리집 철대문을 넘어왔다

검게 그을린 두 손
참 보람도 없이…

대청마루 낮상에는
퍼런 고추가 된장 옆이고
언니는 건넛방에서


그 날따라
전국노래자랑이 흥이 나지 않는지
아부지가 일찌감치 목침에 누우셨다

독수리 오형제에 대장이신
우리 아부지가
할매 할배 상을 치르고도
그 큰 눈에 눈물만 그렁하셨는데
오늘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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