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동 본당 주임사제 윤병훈(63) 베드로 신부와의 인터뷰

2013년 1월, 청주시 교구 산남동 본당 주임사제로 새로운 신부님이 왔다. 일반 신부님이 아닌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과 15년 동안 동거동락하며 호흡을 같이 했던 교장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충북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양업 고등학교.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인 윤병훈(63) 베드로 신부가 있던 곳이다. 그는 이 학교를 세우고 인재들을 잘 키운 공로로 지난 3월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포스코 청암교육상을 수상했고 수상 금액 2억원 전액을 학교에 기부했다. 포스코 청암교육상은 故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며 매년 창의, 인재, 봉사정신에 두각을 나타낸 분들을 위해 제정된 포스코청암상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 받아 5개월 간의 심사과정을 거친 뒤 각 부문별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성당에서 만난 신부님은 키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산남동에서 생활하는 느낌이 어떠신지요?”

“제가 오랫동안 시골에만 있다가 신부 된지 30년 만에 청주 시민이 됐어요. 시골에서 농사 짓고 아이들과 생활하다 도심 속에 살게 됐는데 구룡산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룡산을 산책하며 사람들과의 소박한 만남이 도시생활의 삭막함을 반감시켜 주네요. 그런데 산책하다 아파트 뒤쪽 습지에 과연 두꺼비가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양업고를 지으려고 할 때 그곳도 1급수에 가까운 많은 생명들이 사는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가 길을 닦고 건물을 세우고 계곡에 관을 묻는 등 사람의 손길이 닿자 이들이 숨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속에 사는 우리가 순해지니 이 생명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사람이 순해지고 생명과 친화력을 가질 때 생명들은 나타납니다.”

“생태환경을 살리고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주의 두꺼비 문제는 현실문제로 안고 정책적, 교육적 동질성으로 공감대가 어우러져서 종합적인 마인드를 갖고 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원흥이방죽은 산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아파트로 모든 길이 단절되어 있고 법원이나 검찰청 뒤 도로나 터널은 원흥이방죽을 보호할 수 있는지, 산남천은 친환경적으로 조성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환경에 대해 무지하다고 비판하고 지시나 명령하면 오히려 반감이 생기고 관계성이 단절되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성숙한 사람들이 메시지를 줘서 깨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플러스적 요인으로 끌어 올리려면 성숙한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깨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교육은 미성숙한 것을 성숙한 것으로 이끌어 주는 노력으로  공부나 교육은 망치로 하는 것입니다. 의식을 고정화 시키는 것, 미성숙한 사고를 고정화시키기 때문에 얼음 속의 의식을 밖으로 깨어서 나오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입니다. 현실은 두꺼비를 쫓는 상황으로 두꺼비를 살리려면 말이나 경제력이 아니고 주민은 물론 청주 시민 전체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가져야 합니다. 두꺼비가 산다는 것은 청정한 지역으로 그곳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척도입니다.”

 

“산남동은 물론 다른 곳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학생이 많이 있습니다.  교육자로육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지금 우리의 교육은 왜곡되어 있습니다. 인간다운 인간, 사회의 공익이 되는 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남을 밟고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수단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겨납니다.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지식은 먹지만 그것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 지 모르고 근시안적으로 수능에 목 멜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는 학생은 열심히 공부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 행동이 있을 뿐 문제아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원래 미성숙합니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문제를 갖을 수 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있고 선생님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 선생님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닙니다. 이 학생들의 갈등이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문제로 같이 풀어가야 합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오후에 자유 시간을 가져도 세계에서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하기 이 전에 세상을 보면서 산을 오르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을 보고 높은 곳을 오르게 해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가지게 해 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발적 동기에 의해 스스로 내적 추동(追動) 에너지를 얻어 그 힘으로 세상에 나아가 살도록 해야 합니다. 양업고의 학생들은 창의성이 내재된 이러한 블루오션 생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정형화 된 교육 시스템에서  창의성 발휘나 동기부여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경험들을 하게 해서 스티브잡스처럼 아이폰 하나에 상식화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차라리 여행을 보내십시오.  ”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요?”

“ 나이를 먹은 사람은 성인이라 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어른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이 성숙해야 합니다. 부부가 행복하면 자녀가 행복하고 부부가 불행하면 자녀도 불행합니다. 어른들은 삶의 주체인 아이들을 맘대로 좌지우지 하려 하고 좁아터진 사고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욕심을 냅니다. 청소년들은 문제를 갈등하면서 살아갈 뿐 그것을 풀지 못하는 부모나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부모 스스로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품어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합니다.”
 
신부님의 얘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문제와 두꺼비의 문제는 미성숙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린 같은 위기상황에 놓인 약자(弱者)같다.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마을은 힘이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지배하고 GNP의 수치나 아파트 평수가 행복을 재는 척도가 아닌 힘이 있고 깨어 있는 사람들이 약한 자나 여린 생명을 보호하고 같이 살아가는 그런 환경이 아닐까?

 

박미라 기자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