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계룡리슈빌)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세계 어린이날(11월20일)’을 기해, 통학로 안전강화 대책으로 청주 등 전국 3개 지역을 올해 ‘보행안전 시범지구’로 지정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는 그 지역 스쿨존에 통학로와 표지판, 차선을 재정비해 ‘명품 스쿨존’으로 만들고, 이를 다른 지자체서 벤치마킹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1995년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스쿨존’은, 학교주변 300m내의 도로에서 30km/h이하로 차량속도를 제한하고 과속억제시설을 설치해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기하고자 한 시책이다. 2011년에는 미국 일부 주에서처럼 위반시 과태료를 2배로 물리는 방안까지 시행하면서 사고예방에 힘써왔다.
그러나 스쿨존 사고는 2007년 전국 350건에서 2008년 517, 2009년 535, 2010년 733, 2011년 78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우리 충북도 매년 20여건씩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의 87.8%가 보행 중 사고라는 점은 필히 유의할 일이다.


지금까지 대책으로 쓰여 온 ‘교통정온화(교통평온화;Traffic Calming)기법’은, 과속방지턱과 고원식 교차로, 요철포장, 컬러아스콘포장 등 ‘물리적 감속장치’와 함께, 통합표지판, 속도계, 감시카메라 등의 ‘감속유도시설’, 교통섬이나 안전울타리와 같은 ‘아동보호시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미 시행중인 것들로 새삼 ‘시범’보일 것은 없다. 투입예산에 비해 효과성도 떨어져 ‘명품 스쿨존’으로 내세우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래서 바라건대는 이번 시범이 ‘전시성 예산 퍼붓기’를 넘어 ‘명품 스쿨존’의 명색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에 ‘눈먼 예산’보다 ‘철학’과 ‘아이디어’가 투여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차량통행이 어린이보행안전보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도와 기준은 간단하게, 처벌은 엄하게”라는 모토를 기조로 삼는다. 단지 ‘돈 들이기’를 넘어 철학과 아이디어를 담는다. S코스(S-Road) 같은 곡선도로로 감속을 유도하는 시케인(chicane)기법, 학교입구에는 차로폭을 줄이고 친환경 시설물을 설치하는 초커(chokers)기법 등?보행안전 최우선 원칙에 환경 마인드까지 담아, 안전과 경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다.


그 중 특히 참고할 만한 것은, 돈을 많이 들이는 시설물보다 이용자들의 이성에 호소하거나 심리적 반응에 기대하는 아이디어들이다. “스쿨존 사고는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라는 ‘대화형 표지판’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식(독일), 차량속도를 ‘표정이모티콘’으로 알려주거나(영국) 차선사이 가로선을 점점 촘촘히 해 감속을 유도하는 ‘넛지기법(미국)’ 등의 예들은, 적잖은 혈세를 들이고도 효과가 미심쩍은 방식들보다, 훨씬 지혜롭고 ‘문화적’인 기법들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지역에서도 서둘러 보자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지그재그 차선’이다. 이미 영국 등에서도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전북 등에서 효과를 본 ‘감속유도’차선인데, 차선도색과 홍보만 하면 되기에 큰 예산이 들 것도 없고, 그래서 시간을 끌 것도 없다.


학교의 3,4,5월은 갖가지 행사로 분주하고 6월은 학교 앞 교통사고가 가장 잦은 달이다. 이러한 때, 올 청주지역 ‘보행안전 시범지구’ 사업에 관계기관들이 모두 나서서 ‘통학로 안전사고 zero’의 신화를 만들어 냈으면 한다.


아울러 기왕 ‘명품 스쿨존’의 모범을 만들려면, 스쿨존의 범위도 일본이나 영국처럼 거리개념을 벗어나 주통학로를 고려토록 하고, 나아가 아동의 집주변까지 확대한 홈존(Home Zone), 또는 커뮤니티존(Community Zone) 구축의 계기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계룡리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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