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토크 모임 '기대기대'와 함께

 

스마트폰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교육토크 모임 ‘기다기대’와 함께
 
경숙씨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중3 큰아들과 신경전을 벌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와 마주앉아 곧 잘 수다를 떨던 살가운 아들은 온데간데없다.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한 채 묻는 말에 겨우 대답 시늉... 눈조차 마주치기 어렵다. 집에 오면 폰을 식탁에 올려두기로 약속하는 등 사용 자제를 위해 애써보지만, 이젠 아예 식탁에 앉아 스마트폰 삼매경. 번번이 잔소리하고 혼내기도 힘들다며 <기다기대>에 하소연이다.
<기다기대>는 한 달 에 한 번 만나 교육이야기를 주된 화두로 삼는다. 지난해 한 자녀교육 세미나에 참석했을 당시 같은 조 원이 된 것을 계기로 여섯 명이 모임을 결성했다. 아이를 위해 “기다리고 기대하는 엄마가 되자”는 마음을 모아 <기다기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자녀를 키우는 경험과 고민을 함께하는 이들은 매달 셋 째 주 목요일에 만난다.
지난 22일 가경동의 한 식당에 모여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경숙(산남퀸덤), 김수정(산남칸타빌), 최정화(복대동) 회원이 (김현주,김옥희 회원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다) 양은경 기자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양은경 (이하 양)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조사결과 초3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66%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이중 45%가 매일 1~3시간씩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예외 없이 자녀들에게 잔소리와 협박(?)을 오가며 스마트폰과의 전쟁 중이다.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차는 아랑곳 하지 않고 폰을 보느라 정신없는 아이들. 그야말로 ‘목숨 내놓고’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꼴이다. 우리 아이들이 왜 이토록 스마트폰에 몰입하는지 우선 그들의 편에서 한 번 살펴보자.
최정화 (이하 최)이만큼 재밌는 게 없지 않은가. 어른인 나도 한 번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어지간한 자제력이 없이는 통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 손에 쥐어진 네모 폰은 그야말로 너무나 신나는 세상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해야 하는 숨 막히는 일상, 재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루한 생활에 유일한 즐거움이 아닐까. 게임에서 영화, 음악, 채팅에 검색까지 뭐든 안되는 게 없으니. 고등학생 아들이 폰에 시간을 뺏기는 것을 보면 가끔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모른 척 해주기도 한다.
이경숙 (이하 이) 맞다. 또한 아이들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인 것 같다.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성적 아닌 것으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SNS 안에는 나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주고, 좋다고 호응해주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상의 친구 수, 조회 수, 댓글 수 로 ‘능력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글을 퍼다 나르며 ‘ㅋㅋ, ㅎㅎ. ㅇㅋ’ 등등 별 의미 없는 댓글에도 조회 수가 높아지는 것에 우쭐해 한다.
김수정 (이하 김) 또한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채팅 메신저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끼리끼리 채팅을 한다. 그룹대화에서 빠지거나 초대받지 못하면 왕따를 당한 거 아닌지 불안해한다. 바로 앞에 있는 친구와 채팅으로 대화하며 암호를 나누 듯 각별함(?)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들만의 우정 유지법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노는 꼴을 못 보는 엄마의 눈을 피해 저들만의 방식으로 친구와 논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양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인구가 작년 11월 기준으로 3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이와 어른 구분할 것 없이 필수품이 되었고 놀이문화의 큰 축이 되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빼앗기고 중독되어 간다는 것이다. 무작정 빼앗는 것만이 해결책일까. 정말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스마트폰 때문에 아이와 싸우고 폰을 부수겠다, 빼앗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강제적인 방법으로 아이에게 폰 사용을 박탈하는 것은 아이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부모와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더욱 비뚤어지는 경우를 여럿 접했다. 부모가 폰을 빼앗아도 어차피 아이들은 몰래한다. 자기들끼리 전화번호 없는 공기기를 거래하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불편 없이 사용한다. 엄마만 모를 뿐이다.
김 폰을 사준 이는 부모다.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주고 사용을 막다니 이 또한 모순이다. 스마트폰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아이가 어떤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와 충분한 대화 후에 스스로 통제가 안 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유해한 앱을 차단하는 앱을 깔아 주었고, 공부 시간에는 폰을 끄고 약속된 장소에 보관했다. ‘스마트폰 중독방지 앱’도 나왔다니 활용해야겠다.
이 강제로 빼앗기보다 먼저 충분한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에게 부모님은 내 편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SNS에서 아이와 친구 맺기를 했다면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감시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게시물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고 토를 달았다가 접근을 차단당한 경험이 있다.(웃음)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존중을 받는다면 타인으로부터 애써 관심을 구걸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양 식탁에 요리가 오르면 사진부터 찍어야 한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 어딜 가든, 무얼 사든 사진 찍어서 업로드하고 방문자와 친구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아이를 보면 단순한 재미 이상의 절대적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엄마의 시각에 마뜩잖더라도 변한 세월을 인정해야지 싶다. 난 고무줄놀이를 하며 놀았고 지금의 아이들은 카**토리를 하며 논다.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를 비교할 수 없다.
최 그래서 규칙이 필요하다. 가족모두의 스마트폰을 바구니에 담아 치워두고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액정너머 세상이 더 재미있다는 것,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말이다. 기다려서 대화하고, 잘 될 거라 기대하자.
이,김,최 기다기대!
양은경 기자 (quf1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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