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의 교육이야기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상임대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가장 빛나는 별을 잡았어 /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해 가장 강인한 마음을 지녔지 / 바다를 건너는 바람이 불었고 / 카시오페아 근처에 보였던 꿈을 계속 쫓아갔지 /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네 / 하지만 왜일까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아 / 고개 숙이려 했을 때 너의 얼굴이 보였어 / 내밀어진 하얀 어깨가 날개로 보였지….”
무슨 시(詩)구절인가 싶은 이것은 일본의 ‘시카쿠칸(至學館)고등학교’의 교가 가사라고 한다. 교가가 어찌 이리 말랑말랑하담? 교가라면 적어도 행진곡 풍의 리듬에, 가사 스케일도 다음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애국의 끓는 기상 가슴에 안고 / 조국의 기둥이 될 우리 학도들 / 이 강토 이 겨레의 등불이 되고 / 인류 평화 건설의 역군이 될 / 아~! 새 역사 새 문화 창조의 전당 ○○고등학교…”
이것은 우리나라 어느 고등학교 교가다. 작은 읍 소재지 학교지만 스케일은 자못 거국적이다. ‘애국, 조국, 겨레, 인류, 평화….’ 정말 이만한 정신은 담아야 학생들 기상도 커지지 않을까.
그런데 필자가 이것을 접한 것은 그 학교를 나온 한 대학생의 트위터 글로 해서였다. 그는 트위터에 이를 소개하면서 “손발이 오글거린다.”고 했다. 손발이 오글거린다? 이 유행어를 즐겨 쓰는 요즘 젊은이들의 어법에 비춰보자면, 이 말은 교가에 담긴 ‘거대담론(?)’이 성인이 된 지금도 마음으로 부르기 민망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한데, 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가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구룡산 높은 기상 배움의 전당…”, “구룡산 정기 어린 푸른 이 터전…”, “산드래미 넓은 들에 정기 어리고…”, “구룡산 정기서린 산남 기슭에…” 우리 산남동 학교들의 경우만 해도, 고작 삼태기 언저리만한 뒷동산 정기만 어이 이리도 줄곧 우려먹는지…. 2000년대 개교한 학교들임에도 천편일률의 낡은 코드 그대로다.
교가의 의미가 뭔가. 요즘도 필요하기는 할까. 그렇다면 참으로, 형식뿐인 교가가 아닌, 학생들의 마음을 흔들고 혼을 불어넣는 내용을 담을 수는 없을까. 그런 점에서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설립된 선사고등학교는, 개교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짓고 ‘팝’풍의 곡을 의뢰해 교가를 지었다 한다. 그 가사는 이렇다.
“우리들의 뜻이 실현되는 곳 / 교사와 학생의 벽을 허무는 곳 / 서로의 인권과 개성이 존중되는 곳 / 따뜻한 보금자리 선사 / 나아가자 더 넓은 세계로 / 우리 모두 손 맞잡고 / 함께 한다면 두려움은 없어 / 뛰어보자 더 큰 세상에 / 펼쳐 보자 우리 이상을 …(중략)… 우리는 선사인(sun shine) 행복한 꿈을 꾸죠 / 아름다운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춰요…”
이제 2월, 각 학교들의 졸업식장들마다 의례적으로 교가들이 울려 퍼질 것이다. 과연, 아이들이 립싱크 하듯 입만 벙긋댈 것인지, 마음으로 부르며 꿈을 우려낼 것인지… 함께 지켜볼 일이다.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계룡리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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