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슬 청주 시민신문 편집장을 만나다

 산남동에는 산남 두꺼비 마을신문이 있다. 청주시에는 청주 시민신문이 있다. 마을신문 일을 돕는 나,
양 기자는 산남동에 산다. (당연한 걸 왜?) 시민신문을 만드는 이보슬 편집장도 산남동에 산단다. 아...이 반가운 공교로움! <사람과 세상>에 소개할 대상을 찾느라 목이 마른 양 기자에게는 정말 고마운 공교로움이다. 자리를 한 번 마련해야겠다고 별렀다. 구실이 생겼다. 4주년을 맞는 마을신문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주부 기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십사 연락을 했다. 극구 사양이다. 누구에게 뭘 가르칠 입장이 절대 아니란다. 그럼 편하게 신문 만드는 얘기나 좀 나누자 했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도움을 드려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매사에 조심스러움이 몸에 밴 듯 그녀가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마을신문 사무실을 찾아주었다.

 방송국 구성작가 출신. 모두의 예상 깨고 시민 신문에 채용. 
    일주일 안에 신문 만들라! 7일 꼬박 세워.

“구성작가로 7년 넘게 일했어요.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잠시 일을 쉬고 있었지요.” 쉬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있을 즈음 지인으로부터 ‘청주 시민신문에서 신문 만들 사람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원서를 내보고 싶더란다. 그러나 면접당일 관계자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당장 일주일 안에 신문을 내야한다고 했다. 당연히 신문기자출신 경력자가 낙점될 일이었다. 그러나 “제가 뽑힌 거예요. 알고 보니 한범덕 시장님과 편집위원들이 시민에게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신문을 만들자 하셨대요. 그래서 구성작가 출신의 제가 됐나 봐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라고 해야 할까... 태어나 처음 신문을 만들었다. 청주의 얼굴과도 같은 시민신문을, 그것도 일주일 안에 펴내라니 거짓말 않고 일주일 밤낮을 꼬박 세웠다. 우리 안에 잠재된 능력은 무서운 집중력 앞에 이렇게 무장해제 되기도 한다. 운이 좋은 것 맞다.

 

 

 밟히는 신문들 보며 속상해. 이웃의 얼굴을 커버로! 
    관(官)을 위한 신문이 아닌 시민이 주인인 신문 되고자 노력.

한 달에 한 번 신문이 배포되고 나면 사흘은 직접 동네를 돌며 배포 점검을 한다. 취재원이 되 주신 분들께 직접 인사를 전하고 신문이 더 필요한 곳, 혹은 덜 필요한 곳을 살피며 수요 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 편집장의 솔직한 속내는 신문을 펴드는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대판 신문이 나올 때, 아파트 우체통에 꽂힌 신문이 거의 대부분 바닥에 널브러진 체 밟히는 광경을 본적이 있어요. 신문을 받아보는 시민의 한 사람이었지만 많이 속상했지요. ‘어떻게 하면 읽히는 신문이 될까?’ 편집장이 되고 간절한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솔직한 답을 구했다. “공무원의 언어로 그들의 공적만 나열한 신문이 시민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냐고 하시더군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모든 답이 보인다고 했던가.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했다. 요즘 시민 신문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고 이웃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어 느낌이 참 좋다고 하자 “정말요? 감사해요!”하며 진심으로(?) 기뻐한다. “1면에 아이들의 얼굴, 이웃의 얼굴을 싣고 나니 확실히 덜 밟히더군요...하하” 애써 웃지만 그간의 마음고생이 훤하다.

 

 

 해외에서도 감사의 편지. 청원군과 통합 호 기대 반.   두꺼비 마을 신문은 더 반갑다.

매 달 20만부가 발행되는 시민신문은 전국각지는 물론 해외에 까지 배송되고 있다. “캐나다에 사시는 80세의 할아버지로부터 얼마 전 엽서를 받았어요. 이국에서 고향 소식 받아보는 낙으로 사신다고,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신문을 놓칠까봐 바뀐 주소를 알려주시며 꼭 보내 달라 신신당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지난 호에는 시니어 클럽 할머니들의 팥죽을 소개하는 기사가 짧게 나갔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 겨울철 수익이 없는 할머니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좋죠.” 내가 만든 신문이 누군가에게 기다림의 대상이 되고 도움이 되길... 양 기자도 바라고 또 바란다.

앞으로 청원군과 통합 호를 준비하는 이 편집장의 바람은 사람 이야기를 깊이 다루는 것이라고. “저는 마을 신문의 왕팬이에요. 마을 신문은 이웃 얘기가 많아서 좋아요. 그래서 반갑죠. 시민 신문이 규모가 커지더라고 사람 냄새 나는 신문이었음 좋겠어요.”

헤어지며 명함을 부탁하자 동이 났다며, 내 수첩에 볼펜 꾹꾹 눌러 번호를 적어준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녀의 뒷모습에서 좋은 사람의 향기가 난다.

양은경(산남 리슈빌)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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