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본토 혼슈(本州)섬의 최북단 아오모리 현은 사과 주산지다. 유명한 후지사과의 원산지이기도 하고 일본 사과의 절반가량이 거기서 난다. 거기, 하고많은 사과 과수원 중, 한 해 수천 명이 다녀가는 곳이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과수원이다. 그가 기르는 ‘기적의 사과’를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눈물 나게 맛있는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 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 심까지 먹어버리게 되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이사카와 다쿠지가 쓴 ‘기적의 사과’라는 책의 카피는 다소 호들갑스럽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일본식 과장이 섞인 책제목조차 거슬리지 않는다.

평범한 사과농사꾼 기무라 아키노리는 우연히 ‘자연농법’을 접하고 그것에 꽂히게 된다. 자연농법은 말 그대로 자연회귀의 농법. 땅을 갈지도, 풀을 뽑지도 않으며, 화학비료나 농약은 일절 치지 않는다. 다만 퇴비와 토착미생물을 이용해 작물의 생명력을 북돋울 뿐이다.

그동안 가장 활발한 품종개량을 해온 과일이 사과다. 그 사이 사과는 농약 없이는 기르지 못하는 과일이 되어 버렸다. 야생에서 가장 멀어진 사과를 야생농법으로 길러보려 한 그의 시도는 어찌 되었을까.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자 아니나 다를까 과수원은 잡초천지가 되고, 해가 갈수록 나무들은 지실이 들어갔다. 아예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몇 년 새 절반가량이 고사해 버렸다. 주변에선 그를 바보, 파산자라고 놀렸다.

절망이 거듭되던 어느 날,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뒷산에 오른다. 그랬다가 거기서 야생 수목들을 보고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도토리나무는 인간의 손길도 없이 어떻게 저토록 충실한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까? 그가 깨우친 답은 바로 흙이었다. 비료와 농약 범벅인 농장의 흙은 영양분이 넘쳐 나무들이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뿌리의 힘도 허약해져 있을 수밖에!

깨달음을 얻고 내려와 과수원에 콩을 심자 뿌리혹박테리아가 생겨 땅이 살아났고, 사과나무도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콩을 심은 지 3년, 자연농법을 시작한 지 8년째 되던 봄, 남은 사과나무 중 한 그루에서 일곱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두 개가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그 맛이 실로 기가 막혔다.

그리고 9년째이던 이듬해, 마침내 기적이 현실로 나타났다. 온 과수원에 사과꽃이 만개한 것이다. 그해 가을, 꽃을 솎지 않아 탁구공 만해진 사과를 산더미처럼 거두었다. 1991년에는 사상초유의 태풍 속에서도 그의 사과밭은 80% 이상이 끄떡도 없었다. 이 이야기가 NHK의 다큐로 세상에 알려지자 ‘기적의 사과’는 먹어보는 게 소원인 명품이 되었고, 자연농법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까지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과학영농’을 표방해온 현대농법은, 비료와 농약과 농기계라는 형태의 석유에너지를 원료로, 짝퉁 자연물인 ‘합성식량’을 제조하는 공정일지도 모른다.

이 자연농법에서 찾을 교육적 의미는 없을까? “교육도 농사”라 했거늘 왜 없으랴. 다 같이 생명을 가꾸는 작업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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