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의 불청객 - 비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덥고 긴 여름이 어느 새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 날 입니다. 아름다운 가을 정취만 흠뻑 젖어들고 싶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불청객이 찾아오지요.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 일교차가 커진 요즈음 주위에서 재채기 소리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코맹맹이 어린이들이 부쩍 많아지게 되지요.

코에 관계된 대표적인 질환이 비염이죠. 비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후성 비염(肥厚性鼻炎)과 알레르기성 비염이죠.

비후성 비염은 말 그대로 두꺼워진 비염입니다. 코내부에는 상비갑개·중비갑개·하비갑개가 있는데요, 그중 아래에 있는 하비갑개 혹은 중비갑개가 부어서 코가 막혀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동굴로 비유하자면 동굴 벽이 두꺼워져서 통로가 막힌 것이죠. 코가 막히니까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코를 골게 됩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하여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재채기와 콧물, 눈 가려움이 주 증상입니다.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서 가래가 되기도 합니다. 날씨가 춥거나 일교차가 심해지면 더 예민해져서 증상이 심해집니다.

비후성 비염과 알레르기성 비염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고 코가 뒤로 넘어가고, 재채기도 하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올라가는 기를 양기라고 부르고 내려가는 기를 음기라고 부릅니다. 위로 올라가는 양기가 제대로 못 올라갈 때 우리 몸에는 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열이 많은 체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은 코나 편도 등의 점막이 두꺼워져서 커지게 됩니다. 내부 점막이 두꺼워진 비후성 비염은 열이 많은 체질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비후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편도가 크거나 잘 붓게 됩니다.

반대로 음기가 제대로 못 내려갈 때 재채기와 콧물이 나타납니다. 또한 음기가 제대로 못 내려가면 가래, 소화불량(얹히는 느낌), 복통, 설사,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분들은 이런 증상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코막힘과 콧물 재채기가 함께 있는 경우는 양기와 음기의 흐름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양기와 음기는 마치 도르레 같아서 하나가 어긋나면 또 다른 하나도 균형이 깨어질 수 있지요. 치료는 이 두 가지의 기 흐름이 어떻게 얼마나 안되는지를 진찰해서 기 흐름이 잘 맞도록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두 가지 기의 흐름을 잘 맞추어주면 다른 증상도 함께 좋아질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것을 맞추어 주면 증상도 자연히 좋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체질을 개선시킨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불편함도 많이 좋아질 수 있겠지요.

비후성 비염은 열이 많아서 생기므로 열이 많은 음식을 많이 드시지 마십시오. 돼지고기 튀김, 밀가루 종류, 인스턴트 식품, 과자 이런 것들입니다. 음기가 제대로 못 내려가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흔히 말하는 배가 찬 사람들에게 잘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때 배는 꼭 덮고 자는 것이 좋습니다.

출근길의 은행나무가 언제나 색깔 옷을 달리 입으려나 기다려집니다. 이번 달에는 넉넉한 가을 산행 한번 계획해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시원한 자연 내음을 들이마시며 가을을 한껏 호흡해봅시다.

김종국(포도나무한의원장 /산남푸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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