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기교육(早期敎育) 바람이 드셌던 적이 있었다. “영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길러지는 것”이라 했던 독일의 교육철학자 카를비테의 자녀교육론이 20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부활해, 지난 10여 년간 새삼스런 교육트렌드로 젊은 엄마들을 사로잡아 왔다.

유아교육이 중요하다는 관점은, 근대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19세기 초의 코메니우스(체코)와 독일 최초의 유아원을 건립한 프뢰벨 등에서 비롯되어 20여 년 전 시찌다(일본)의 ‘우뇌교육론’등으로 이어지면서,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발전하였다.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 열풍’으로 비화된 데에는 그 이론들에서 으레 거론하는 ‘재능체감론’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교육을 일찍 시작할수록 아이의 재능이 크게 계발되고 늦을수록 퇴화된다는 이론…. 여기에, 학부모들의 조바심과 불안감을 부추기는 사교육업체들의 부채질이 더해졌음도 물론이다.

이런 이론들이 모두 그른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 묘방일 리도 없는 터. 너무 서두르는 과도한 기대가 역효과나 부작용을 낳는 것도 당연했다.

아이가 자라는 데 절대로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아이의 발육과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묘방이 있을까. 그것은 태중의 아이를 보면 분명해진다. 그 어떤 명약이나 태교로도 ‘절대임신기간’을 줄일 수는 없다. 그 어떤 조산도 건강한 아이를 낳는 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어떻게 속성 발육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까.

그래서 현대로 들어서는 그 부작용에 대한 뇌과학과 발달심리학의 우려와 경고들이 쏟아졌다. 하여 많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조기교육 열풍은 세계토픽 감이다. 해마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점검하는 ‘트렌드모니터’의 금년 조사에 따르면,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8.6%로 10년 전(63.8%)에 비해 15.2%가 줄었다고 한다. 영어조기교육에 대해서도 61.5%에서 51.8%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안팎의 부모들이 조기교육에의 기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 조기교육론의 타당성까지 포함하는 더욱 믿을 만한 이론이 ‘적기교육론’이다. 무한한 인지발달의 가능성을 믿으며 ‘더 빨리, 더 많이’ 교육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그것을 ‘적기교육’으로 표현할 만큼, ‘제 나이에 맞는 교육’은 인지발달 뿐 아니라 교육 본령에도 맞는다.

문제는 어떤 능력을 일구는 교육이 어떤 나이에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이른 나이부터 적절한 자극이 필요한 영역이 ‘감성’이라는 데는 이견들이 없다. 다만 ‘인지교육’을 시작할 적기를 몇 살로 보느냐가 조기교육과 적기교육을 가르는 경계다.

“장차 적시(just-in-time)교육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에서의 ‘적시(適時)교육’은 또 다른 개념이다. ‘적기교육’과 ‘적시교육’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 호들에서 이어가기로 하자.

김 병 우 <‘행복한교육발전소(준)’소장, 산남 계룡 리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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