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정치와 무관한 곳이 있을까. 정치로 풀지 못할 일이 없고 그래서 정치란 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정치만능주의가 ‘정치적 오염의 만연’을 낳을 수 있음도 놓쳐보지 말아야 한다.

하여, 거개의 민주국가들은 종교・교육・언론・사법・군(軍)과 같은 영역들을 정치와 분리해 정치색 배제를 꾀한다. 우리 헌법 제7조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그 하나인데, 정치와 교육의 상호불간섭이 기본취지다. 그 조항의 ‘보장된다.’는 표현에 비춰보면, 그것은 정치에겐 교육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를, 그리고 교육에겐 정치로부터 지배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는 측면이 강하다.

중립이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 입장이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에선 특히 그렇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은 가치 지향적이며 목적의식적인 작용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진리구현을 향한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다.

한편, 정치권력 또한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정치논리나 지배이념을 교육에 관철시키려고 한다. 십년을 못 넘기는 권력(權不十年)이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내용을 오염시키려 드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은 어떻게 본연의 영역을 지켜야 할까. 정치적 무입장으로?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권력의 지배욕에 대항하는 독립투쟁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때 정치적 중립성을 ‘정치와 무관’이거나 ‘무당파성’으로 이해할 경우, 권력에 순치될 위험성이 크다. 유신정권이 그랬듯이, 절대 권력일수록 교사들을 그런 논리로 묶어두고 길들이려 든다. 요즘 민노당 후원 교사들을 징치하는 MB정권의 의도도 같은 코드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사개인의 정치기본권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교원들에게 종교적 중립을 요구하더라도 개인차원의 종교 활동까지 막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교인의 정치활동과 비교해도 법리는 자명하다. 우리 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못지않게 종교의 정치적 중립도 명시하고 있어, 헌법상 정교분리(제20조)와 함께 종교의 선거개입도 금한다. 그러나 종교인의 정치기본권까지 제한하진 않는다. 종교시설 안에서의 정치활동은 금하지만 종교인의 사적인 정치활동(선거권~피선거권)이나 정당활동(가입~후원)은 얼마든지 보장하고 있다. 해서 요즘 일부 목사들의 정당결성 움직임도 위법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유독 교사만은 안 된다고 한다. 공무원이어서도 그렇고,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정치적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서도 위험하다고 한다. 같은 공무원인 국립대 교수에겐 모든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종교적 편견을 심을 개인성이 충분한 신앙생활은 교사에게까지 허용하는 것에 비춰보면, 자가당착의 핑계가 아닐 수 없다. 목사에겐 정당결성도 허용하면서 교사는 정당후원조차 단죄해야 마땅하다는 이유가, 아이들에게 미칠 목사의 영향력이 교사보다 덜해서란 말인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한국적 정치’의 교육지배 인습. 우리 교육의 한 그늘이다.

                                                                김 병 우 <‘행복한교육발전소(준)’소장, 산남 리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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