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뺨검둥오리는?

박완희 사무국장
무심천이나 미호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다. 이름처럼 뺨은 흰색이며, 부리는 검은데 그 끝이 노란색이다. 비상할 때 날개의 흰색이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주로 5, 6월 물가 근처에 마른 풀잎 등으로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하며, 10~12개의 알을 낳고 암컷이 26일 정도 품으면 부화한다. 택지개발 되기 전 원흥이방죽에서도 많았으나 2006년도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는 보이지 않았다. 2007년 한 쌍의 흰뺨검둥오리가 산란을 하더니 해가 지날수록 개체수가 늘어나 2010년 가을에는 약 50개체로 늘어났다.

 

□ 엔젤빌딩 옥상 흰뺨검둥오리 둥지를 만나다

7월 18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환경교육한마당에 참가하고 있는데 법무법인 청주로의 김준회 변호사께서 엔젤빌딩 옥상에 흰뺨검둥오리가 둥지를 틀었다는 제보를 해 주었다. 청주에 돌아와 21일 현장을 확인하였으며 페이스북에 알을 품고 있는 어미사진을 올렸다. 기자들이 글이 보고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엔젤빌딩 관리소장께서는 장마철 장대비 속에서도 어미가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고 있었다며 20여일 간 이 둥지를 지켜주었다.

 

□ 전문가와 새끼오리 이소 방안을 논의하다

7월 22일, 새끼오리가 알에서 부화하기 시작하였으며,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새 전문가에게 현장방문을 요청, 새끼 오리들이 다시 물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소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문을 듣기로 하였다. 7층 높이 옥상은 새끼 오리가 뛰어내리기에 부담스러운 높이다. 설령 뛰어 내린다고 하더라도 콘크리트 보도블록과 아스팔트여서 그 충격은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2~3일 후 모든 알이 부화된 뒤 이소방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다.

 

□ 윤무부 교수와 긴급 마을주민회의를 열다

7월 23일, 서울에서 우리나라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교수께서 SBS 출발모닝와이드 촬영팀과 함께 내려왔다. 어미, 새끼오리, 둥지의 상황을 점검한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소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긴급 마을주민회의를 소집하여 법무법인 청주로 회의실에서 한 시간여 회의를 진행하였다. 시의원, 주민자치위원장, 주민협의회장, 아파트대표회장 등이 참여하여 윤무부 교수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새끼오리들의 이소를 결정하였다.

 

□ 119 소방대원, 어미와 새끼오리를 포획하여 옮겨주다

새끼오리 이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미와 함께 옮겨주는 것이어서 119 소방대원의 협조를 얻기로 하였다. 한 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오후 6시 30분 경 소방대원들이 작전계획을 짜고 어미를 한 쪽으로 몰아 날아가기 전 포획에 성공하였다. 새끼오리와 둥지를 원흥이방죽으로 옮겨 풀어주었다. 어미와 새끼오리는 순식간에 풀섶으로 사라졌으며 이번 새끼오리의 이소작전을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 자연과 공존하는 마을 100년의 마을계획이 필요하다.

아직 도시는 자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번 흰뺨검둥오리가 빌딩 옥상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은 이 옥상에 작은 규모이지만 잔디와 풀,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옥상녹화가 일부라도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건축할 때 녹지비율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옥상녹화가 아니라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옥상녹화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 작은 습지라도 만들어진 옥상녹화라면 생물서식공간으로서 더 훌륭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예 논을 만든 옥상녹화 사례도 있다. 논은 빗물을 머금고 다양한 수서생물들이 자랄 수 있다. 일반 식재를 하는 옥상녹화보다 생물종 다양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100년의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생태복원을 진행하고 점검한다면 우리 마을은 전국 최고의 생태마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