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보약(녹용)을 먹여도 될까요?”
“과연 보약이 효과가 있나요?”

걸핏하면 감기도 자주 걸리고, 밥도 잘 안 먹어 체중도 잘 늘지 않고, 키도 작은 아이들. 공부하는데 체력도 약하고 땀도 많이 나서 어쩐지 허약해 보이는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쯤이면 “우리 아이에게 보약 (녹용)을 한번 먹여볼까?” 하고 고민하게 되지요.

그러다가도 ‘어릴 때 한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바보가 된다’ 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속설은 일설에 의하면 조선시대 때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일반 서민들은 감히 녹용을 먹어 볼 생각조차 못했고 생산되는 모든 녹용은 궁궐로 상납돼 보관했다고 합니다. 이 때 왕의 후궁들이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 녹용을 먹이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 재치 있는 전의(典醫)가 ‘녹용을 지나치게 많이 먹이면 바보가 된다’는 경고문을 써 붙인 것이 와전되어 내려 온 것이라고 합니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한의학적인 이야기들 중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이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한 가지 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한약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예로부터 어르신들께서는 손주나 자녀가 첫 돌이 지나면 감기도 걸리지 말고 밥도 잘 먹으라는 의미로 보약을 한 첩 지어서 손수 정성껏 달여 먹이셨지요. 저도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매년 부모님께서 녹용이 들어간 보약을 지어 오셨지요. 어머니는 한약을 달이는 항아리에 한약을 한 첩씩 넣고 정성스레 달이시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서 그릇에 담아주시면, 저는 코를 막고 한숨에 한약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후에 주어진 사탕이라는 선물이 더 좋았는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우리들은 참으로 춥고, 먹을 것은 늘 부족하고, 많은 식구들 틈에서 경쟁해야 했지요. 그래서 영양이 부족한 아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녹용은 그야말로 최고의 보약이어서 발육도 좋아지고 감기에도 잘 안 걸리게 하는 좋은 약이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한 현대 시대는 어떨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건강하고 영양학적으로 문제 없는 아이라면 보약을 먹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필요에 따라 쓰는 것이 원칙이니까요.
열이 많으면서 약하지 않은 아이들도 녹용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열을 식혀 주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최고의 보약이겠죠. 모든 것이 정상인 멋지고 좋은 자동차인데, 엔진만 과열되었다면 엔진만 식혀 주면 최고의 성능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물론 가끔씩 허약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체질은 어느 정도는 타고 나기 때문에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 자매 라도 유독 약한 아이들이 있지요. 면역력이 약해서 걸핏하면 감기에 걸리거나, 한번 걸리면 오래 가는 아이.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녹용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열이 많다 하여도 허약한 부분이 있어 녹용이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써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예전이야 몸이 약해서 잘 안 먹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열이 많은 체질인 아이가 안먹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열이 많으면 배에 가스가 잘 차고 속이 더부룩해져서 식욕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녹용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가스가 더 차고 밥을 더 안 먹기도 한답니다.

녹용은 자양강장, 생장발육, 저항력(면역기능)의 증강 효과가 뛰어난 약재입니다. 그리고 근골격을 튼튼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필요에 따라 쓰는 것이 원칙이며 체질과 증상, 신체적인 조건, 그리고 성별과 나이에 따라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대게 녹용이 가미된 약을 먹어야 한다면 첫 돌은 지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허약한지 혹은 건강한지는 신생아 때 보다는 조금 크면서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이는 모든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요? 무덥고 습한 여름, 한 가족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김종국 (포도나무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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