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유리공예공방 - 유리마루

 

 


장마가 길어지며 빨래가 눅눅하니 마를 날이 없다. 어쩌다 구름사이로 한 번 내보이는 햇살 한줌이 이리 반가울까. 거실가득 베란다 창을 통해 퍼지는 빛도 이리 아름다운데 형형색색 색유리를 통해 퍼지는 빛의 찰나적 아름다움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리 마을 대원칸타빌 2차 후문 앞 주택가에 유리의 투과 성질과 빛의 반사와 굴절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유리공예작가가 있어 그 공방을 찾아가 보았다.

 ▶도예학도 유리의 매력에 빠지다.

 남기원, 강은희씨는 청주·충북 1호 유리공예 작가커플이다. 고향이 청원군 남일면인 남기원작가는 고등학교때 충북학생대표를 할 만큼 촉망받는 도예학도였다. 그런 그가 대학 때 유리공예를 접하며 유리공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니 유리의 매력은 가히 대단한 것 같다.

“도자는 오랜 시간 기다림의 제작과정을 거치는 예술이라면 유리공예는 모든 제작과정이 불속에서 순간 이루어집니다. 이때 다양한 유리의 색상과 여러 가지 기법들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그 섬세하고 복잡한 매력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유럽 유명한 성당이면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나 크리스탈 공예처럼 유리공예는 오랜 역사를 가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놓는 단계라고 하는데. 그래서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유리공예가 재미있는 고급공예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그 이남지역은 아직 생소하게 받아들여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남기원작가는 그가 익힌 도예작업과정을 유리공예에 접목시킨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완성해 가며 2009년 촉망받는 ‘충북의 젊은작가’ 선정되어 한국공예관에서 개인전도 갖고 올해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시민 재활용공에교실에서 대중과 친숙한 유리공예를 알리고 있다.

 


▶가난한 젊은 작가의 유리연애

 

유리공예에 들어가는 유리는 재료의 특성상 수입품을 쓸 수밖에 없는데 제작과정에 사용되는 공구도 쉽게 구하기 힘들어 이 젊은 예술인에겐 비용부담이 됐단다.

“처음 유리공예를 배우는 학생시절에는 재료를 살 돈이 없어 작품 스케치만 열심히 했지요. 그러다 용돈이 생기거나, 아르바이트로 돈이 생기면 또는 작품을 판매하고 얻은 수익으로 바로 재료를 사거나 공구를 장만했지요. 하하 저희들 데이트요?  당연히 그렇게 유리와 함께 했지요.” “이 친구(강은희작가를 가르키며) 작품 중 토치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야 되는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비가 무거워서 한 두시간만 들고 있어도 손목에 큰 무리가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선물로 미니토치를 선물했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지금도 지인들이 공방을 방문하며 선물을 준다면 유리와 공구를 부탁한답니다. 하하”

그렇게 강은희ㆍ남기원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유리에 사랑과 젊음 모든 영감을 쏟아 부으며 함께하고 있다.

 


▶화마가 앗아간 작업 공간 그리고 산남동 유리마루

 

남기원 작가에게 산남동에 공방을 열게 된 이유를 물었다. “유리공예를 하면서 고향집에 작업실을 마련해 가마를 제작하고 온갖 공구를 갖춰 작품 활동을 해오던 중 작년 4월 한전시설에서 비롯된 불이 옆집을 태우고 저희 집까지 모두 태워버렸습니다. 그렇게 젊음열정을 쏟아 부어 바친 유리작품들과 공간이 사라져 힘들었는데 이 친구(강은희작가)가 이 곳 산남동에 월세도 저렴하고 괜찮은 자리가 있다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해서 들어왔지요. 그때 얼굴도 모르는 충북의 작가들의 자신의 작품들을 기부해주셔서 그 판매수익으로 많은 용기와 도움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이제 아물어가는 상처의 흔적을 더듬는다.

현재 강은희 남기원 작가는 산남동에서 제2의 유리공예 둥지를 열고 그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는데 방학을 맞이하여 다양한 유리공예체험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리의 물성과 다양한 기법을 익히고 체험 할 수 있도록 주1회 한 시간 한 달 십만원의 비용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갈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전공으로 미술 및 공예등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겐 공예의 기본이 되는 기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체험을 통해 전공에대한 탐색의 기회가 될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창업반도 운영하고 있는데 솜씨 좋은 주부들이 유리로된 악세사리나 생활용품 및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면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올 여름 시원하고도 깨질 듯한 도도함이 주는 유리의 매력을 접해보는 것을 어떨까? 다양한 체험으로 고급스런 생활소품도 얻고 일상을 업그레이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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