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족 정희영 통장, 권용덕 새마을 부녀회장네


“4대가 같이 사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 인가요? 그런 사람 많아요. 특별히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뭘.”라며 수줍어하는 권용덕 새마을 부녀회장님을 따라 구순 시어머니(92)가 있는 집으로 갔다. 예담소아과 뒷골목 (구)밥보다 맛있는 떡볶기 건물 3층에 들어서니 장식장에 남편 정희영(60)씨와 권용덕(55) 새마을 부녀회장님이 받은 여러 가지 상패들이 진열되어 있다.

1994년에 청주시로부터 남편이 받은 ‘모범 가정상’과 작년 2010년 어버이 날에 받은 ‘효행상’ . 2001년 우리 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권용덕 부녀회장님이 받은 효행상 외에도 각종 서예대전에서 받은 상과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고조 때부터 분평동에서

권용덕 부녀회장 집안은 분평동 청주 온천 뒤쪽에서 고조 때부터 쭉 살았었다고 한다. 텃밭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게 하고 앞 집. 뒷 집. 옆 집의 이웃들과 허물없이 지내다 세를 주고 산남동으로 이사 왔다. 그 뒤 4년이 지나도록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적십자 회비 문제로 주택을 다니다 “이런 거 왜 돌리냐”라는 말을 들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다.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얼마나 잘 했으면 자식들이 잘 한다고 이렇게 여기저기서 ‘효행상’을 받을까.

“집안 내력이 원래 호인들이예요. 신랑은 평생 가야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내가 부녀회 일로 봉사 다니면 무거운 짐도 들어주고 오히려 더 도와줘요. 시아버님이 옛날 시골에서 농사 지을 때 밭에 일하러 나가다 대문 앞에 천원 짜리가 떨어져 있는 걸 보았는데 나갔다 들어 올 때까지 아직도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저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 정도로 남의 것 탐하지 않고 항상 성실하게 사셨죠. 시어머님도 평생 며느리한테 뭐라고 하는 법이 없었어요. 지금도 아흔이 넘었지만 당신이 냉장고에서 먹을 것 가져다 드시고 정정해요. 몇 년 전에 어머님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용 두 재를 해 드렸는데도 차도가 없어서 대학병원에 한 달 동안 입원해 있었어요. 이것저것 검사 하느라고 금식 하고 피 뽑고 해서 그때 얼마나 힘들어 하셨는지 저러다 일 나겠다 싶어 집으로 모셔 와서 사골국에 보약에 음식으로 계속 보해 드렸다.”며 지금은 건강해져서 경로당 마실도 날마다 간다고 한다.

여러 사람 인생 행복하게

이 때 따르릉~ 전화가 왔다. 시어머니가 오지 않는다고 경로당에서 찾는 전화란다. 주택에 사는 시어머니를 아파트 경로당에서 받아줘서 고마운 마음에 과일이며 시골에서 농사지은 쌀, 김장까지 열심히 가져다 드린다니 며느리의 효행에 경로당에서 인기만점이겠다.

결혼 해 서울에 살고 있는 딸도 주말이면 가족이 내려와 하루는 진천 시댁에서, 하루는 친정에 와서 꼭 자고 간다고 하니 평소 어머니의 효행을 보고 배운 걸까?

권용덕 새마을 부녀회장은 산남동 주민센터와 함께 하는 여러 가지 행사나 봉사에 적극 참여한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원, 재활원 등 어려운 분들의 목욕 봉사는 물론 겨울엔 김장도 4000포기씩 해서 어려운 분들께 전달해 준다고 하니 한 사람의 발자취가 여러 사람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배우는 재미

부녀회장은 그 힘든 와중에도 배우는 재미에 푸~욱 빠져 있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주민센터에서 하는 생활 영어. 라틴 댄스. 탁구. 서예 등을 섭렵해 나가는 중인데 탁구는 수준급이어서 왠만한 젊은 사람은 대결하기도 힘들고 서예는 2009년 전국서예대전에서 입선한 경력에 3급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8살인 손주(정훈희-산남초 1)를 어렸을 때 업어 키우며 ‘하늘~ 천 따~지’를 타령 삼아 불러 줬는데 그걸 어떻게 기억 하는지 잘도 따라 하며 좋아한다고 신기해 한다. 고조 할아버지가 서당 훈장이었다고 하니 그 영향이 아닐까?

얘기 중에 전화가 계속 온다.“요새 아이들이 편지 쓸 일도 없거니와 거의 핸드폰으로 문자나 통화를 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5월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산남초와 샛별초에서 편지쓰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걸음을 재촉한다.

봉사는 나의 힘

“우리 때는 힘든 일을 많이 해 봐서 왠만한건 예사로 하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를 못해요. 그래도 나와서 봉사 할려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요. 부녀회장이 복이 많아서 추진력 있는 동장도 오고 부녀회에 도움 주는 분도 많다”며 회원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권용덕 부녀회장은 시어머니만 잘 모시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생활을 하는 다른 분들을 위한 봉사도 수 십년 째 한다. 부녀회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고 이런 분을 만난 산남동은 복 받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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