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울리는 남편의 안부콜. “밥은 먹었어? 뭐하고 있어?” “응. 토끼똥 고라니똥 찾아.” 전화기 너머로 우하하 웃는 소리가 번진다. 또 어떤날은 “개구리알도 만지고 두꺼비도 봤어” 오늘의 성과(?)를 전해주면 “옛날 자연시간 준비물이 개구리알이었는데, 바께쓰로 퍼담아가서 아이들에게 인심좋게 나눠줬지” 개구쟁이 추억담이 술술 나온다.
이런 식으로 요즘 두꺼비, 산개구리, 맹꽁이, 고라니, 흰뺨검둥오리가 우리 대화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두꺼비 생태공원 안내자 양성과정을 듣게 되면서 두꺼비와 관계를 맺고사는 새, 들짐승, 곤충, 양서류에 대해 관심이 생긴 덕분이다. 이야기는 종종 남편의 경험담과 이어져 내가 잘 모르는, 아직 남편 마음 속에 살고 있는 꼬맹이가 개구진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그런 게 한 도시에 정붙여가는 과정 아닐까. 그곳이 내게 배움과 경험을 제공하고, 또 나는 그것을 내 삶에 닿은 이들과 나누면서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것.

2개월 전 청주라는 낯선 도시에 이사올 때만 해도 난 어떤 것들, 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될까 궁금했었다. 지금은 두꺼비 생태마을이 있는 산남동을 중심으로 친밀한 공간이 차츰 확대돼가는 느낌이다.
왜 산남동이 그런 의미로 와닿을까, 잠깐 느껴본 적이 있다. 내게 산남동은 좋은 가게와 좋은 주거지, 공공기관들이 모여있어 깨끗하고 잘 짜여져있고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동시에 산남동 이쪽부터 저쪽까지 용처럼 두르고 앉은 구룡산과 전국 최초의 양서류 공원 ‘두꺼비 생태공원’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나’를 일깨워준다. 문명과 자연이 함께 조화롭고자 하는 그 기운이 산남주민도 아닌 나를 자꾸 산남동에 끌리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즐기는 중이다. 함께 교육받는 분들과의 교유도 새롭고, 처음 접하는 동네 정보도 재밌게 듣는다. 구룡산 등산은 어디서 시작하는지, 옛 산남동 풍경은 어땠는지, 산남동 두꺼비지기들의 꿈은 무엇인지, 맛난 밥집 커피집은 어딘지, 어디 벚꽃이 예쁜지, 배우고 듣는 이야기가 ‘청주살이’를 시작한 내게 살이 된다.
더불어 두꺼비 마을신문의 든든한 존재감도 산남동에 대해 싹트는 관심에 ‘부채질’을 한다. 어떤 사람, 어떤 모임, 어떤 이슈, 어떤 맛집이 있는지 한눈에 쏙 들어오는 웰빙 홈메이드 신문이랄까. 한때 일간지에 몸담았던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람 대 사람의 만남을 느끼게 하는 두꺼비 마을신문은 마을구성원 서로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같은 통로다.

두꺼비 고라니도 함께 살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맛집도 많이 생기고, 서로 인연을 돈독히하는 모임과 마을신문도 발전하고... 그렇게 마을을 마을답게 하는 노력을 산남에서 많이 본다. 내일 또 산남에선 어떤 것들을 배우고 나눌까, 기다려지는 이유다.

▶임깁실(의식계발프로그램 마스터·두꺼비생태공원안내자 양성과정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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