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승소 판결로 되새겨보는 두꺼비친구들의 ‘선공후사’

‘두꺼비쉼터’ - 2024년 두꺼비 첫 산란
2024년 2월 17일 법원 뒤편에 있는 구룡산 기슭에 있는 ‘두꺼비쉼터’에서 두꺼비가 첫 산란했다는 소식이 두꺼비순찰대 밴드에 공지됐다. 반가웠다. 해마다 두꺼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두꺼비 서식지로 새로 조성한 ‘두꺼비쉼터’가 대체 산란지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두꺼비쉼터’에서 두꺼비산란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만약 처음부터 두꺼비친구들이 두꺼비생태공원을 위탁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상상해 본다. 이곳 두꺼비쉼터는 2013년 두꺼비친구들과 지역주민들이 구룡산을 지키겠다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난개발로부터 지켜낸 곳이다. 이후 두꺼비친구들은 환경부 공모사업을 통해 이곳 개발과 보존의 완충 지대를 두꺼비 대체 서식지로 탈바꿈시켰고 이를 ‘두꺼비쉼터’로 명명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두꺼비친구들이 없었더라면 ‘두꺼비쉼터’가 현재처럼 두꺼비들이 산란하러 내러 오는 대체 서식지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갈 곳 잃은 두꺼비들은 뿔뿔이 흩어져 명맥도 끊겼을 것이다. 

2024년 2월 17일 '두꺼비쉼터'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두꺼비알/관찰자_임택근님
2024년 2월 17일 '두꺼비쉼터'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두꺼비알/관찰자_임택근님
법원 뒷편 구룡산 기슭에 있는 두꺼비쉼터 표지판
법원 뒷편 구룡산 기슭에 있는 두꺼비쉼터 표지판
2024년 2월 14일 농촌방죽에서 처음 발견된 두꺼비들/ 사진_ 두꺼비순찰대 제공
2024년 2월 14일 농촌방죽에서 처음 발견된 두꺼비들/ 사진_ 두꺼비순찰대 제공

 

‘이곳만은 지키자’ -농촌방죽

두꺼비 서식지 구룡산에 또 한 차례 큰 위기가 닥쳤다. 2020년이면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사유지가 대부분인 구룡산이 난개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청주시는 4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구룡산 일대에 건설하여 그 민간개발로 나머지 개발하지 않은 구룡산을 보존하겠다는 민간개발 방침을 밝혔다. 구룡산을 서식지로 하는 ‘두꺼비들’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에 두꺼비친구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구룡산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급선무로 지켜야 할 곳은 두꺼비들이 활발하게 산란하는 구룡산 성화동 방면에 있는 ‘농촌방죽’이었다. 2018년 두꺼비친구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주최하는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 구룡산 농촌방죽 일대를 공모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는 보전 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역주민 그리고 NGO 단체들이 직접 제안하여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행사다. 응모한 대상은 환경 및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내용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 문화유산’으로 선정한다. 이 공모전에서 구룡산 농촌방죽은 ‘미래세대 지킴이상’을 수상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를 받았다.

구룡산 농촌방죽
구룡산 농촌방죽
구룡산 농촌방죽 - 2018년 '이곳만은 지키자'에서 '미래지킴이상'을 수상하고 기념 촬영
구룡산 농촌방죽 - 2018년 '이곳만은 지키자'에서 '미래지킴이상'을 수상하고 기념 촬영

 

자연경관지구로 지정-구룡제2공원 

도시공원일몰제가 다가올수록 구룡산에 대한 개발압력을 더욱 거세졌다. 지역주민들과 두꺼비친구들은 구룡산살리기대책위원회를 재정비하여 개발 압력에 저항했다. 출근길 1인 릴레이 피켓시위가 100일간 이어졌고, 날마다 구룡산을 위시한 청주시 도시공원 보존 시민 길거리 청원 서명을 받았으며,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10여 차례가 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여 구룡산 보존 열망을 표현했다. 그 결과 구룡산을 비롯한 청주시 도시공원 보존을 위한 거버넌스가 결성되었고, 거버넌스 합의안에 따라 청주시는 구룡산에 4천여 세대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정했다. 구룡터널을 기준으로 북쪽(충북대병원 방면)인 ‘구룡1구역’은 민간공원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구룡터널을 기준으로 남쪽인 ‘구룡2구역’은 자연경관지구로 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구룡산 일대에는 애초 4천여 세대 아파트 건설에서 1,200세대로 축소되었으며, 전체 국공유지와 지주협약 부지를 포함하면 구룡산은 약 87% 보존되었다. 특히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농촌방죽 뒤쪽은 청주시가 ‘자연경관 지구’로 지정하여 전원주택 등은 가능하나 일반음식점, 공동주택(아파트) 개발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2019년 구룡산 지키기 인간띠잇기
2019년 구룡산 지키기 인간띠잇기

 

시련! 도시의 허파 구룡산과 두꺼비를 위한 두꺼비친구들의 ‘선공후사’ 

구룡산을 지키려고 치열하게 투쟁하던 2019년에 5년 전 두꺼비친구들은 두꺼비생태공원·두꺼비생태문화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시와 충돌했다. 근 1년 동안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구룡산은 두꺼비생태공원의 모체가 되는 곳으로 그곳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 두꺼비서식지가 파괴되고 결국 두꺼비생태공원 지속불가능한 생태공원이 되기에 두꺼비친구들 활동가들은 온몸을 바쳐 구룡산을 지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도시숲 구룡산은 보전되었지만 두꺼비친구들은 청주시로부터 십 수년 동안 온갖 정성과 열정으로 가꾸어 온 두꺼비생태공원과 생태문화관에서 내쫓겼다. 청주시는 민간위탁을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민사소송도 제기하여 두꺼비친구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감사 자료를 일방적으로 인용한 신문 기사는 총알이 되어 두꺼비친구들 활동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기사가 악성 루머를 낳고 그것이 주민들 사이를 돌면서 두꺼비친구들은 괴로워했다. 두꺼비친구들 활동가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누군가는 우울증을 앓았다. 

2019년 장전공원 촛불 문화제포스터
2019년 장전공원 촛불 문화제포스터

2024년 1월 25일 대법원에서 두꺼비친구들 승소 판결이 확정 판결되었다. 거의 4년 만이다. 그동안 두꺼비친구들은 악성 루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채 아픈 상처를 서로 보듬고 힘겹게 버티면서 법적인 최종 판단만을 기다려왔다. 결백하기에 언젠가 무죄가 입증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마침내 ‘두꺼비친구들 전부 승소’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두꺼비친구들은 최초 조성부터 10여 년 넘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두꺼비생태공원을 만들어왔다. 그러던 중 도시의 허파이자 두꺼비서식지인 구룡산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들의 안위를 뒤로 하고 구룡산과 두꺼비 보존이라는 공적 가치를 앞세웠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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