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가게들 어디까지 알고 있니?

인연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문구점 갈 일이 별로 없어진 지금 그래도 가끔은 도서관 일로 삼화문구를 간다. 항상 웃음으로 맞아주는 이은정 사장이 있어 훨씬 더 정겹다. 그녀와는 구룡산 지키기와 동네 청소를 모토로 탄생한 ‘구룡산 클린마운틴’으로 인연을 맺어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생업을 제치고 달려오기에 자주 보는 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마을상인회 ‘산남오너즈’ 신임회장으로 선출되었다고 해 축하도 할 겸 차 한 잔 나누며 소회를 나눠본다.

삼화문구 이은정 대표(맨 왼쪽)와 필자(맨 오른쪽)
삼화문구 이은정 대표(맨 왼쪽)와 필자(맨 오른쪽)

언제부터였을까?
마을신문이 2008년 12월 준비호를 내고 2009년 1월 창간호를 냈는데 삼화문구는 2008년 11월에 오픈을 했단다. 신문보다 딱 한 달 앞선 형님인 셈이다.

 

화문구 내부. 없는 게 없다. 빗자루 등 청소용품도 판다.
화문구 내부. 없는 게 없다. 빗자루 등 청소용품도 판다.

왜?
원래 손재주가 많은 그녀는 한지공예, 종이 접기등 공방을 운영하면서 산남중학교에 수업을 하러 왔다가 학교 앞 문구점을 해보고 싶었단다. 장사라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원래 문구 쪽은 잘 알고, 새 제품들은 일단 분해해보며 사용법을 익히고, 특히 화방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사 가시는 분께 여쭤도 보고, ‘물건에 대한 정보를 파는 사람이 잘 알고 있어야 자신 있게 판다’는 신념으로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다고 한다.

공동체의 구심점
초창기에는 마을에 아이들도 많고, 학교 준비물이 있었던 때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워낙 긍정적인 성격과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들은 전화로 아이들의 준비물을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 잠깐씩이라도 들렀다 가기도 하고, 넘어지거나 목이 마를 때도 들르고, 집에서 있었던 일을 한바탕 쏟아 놓고도 가고, 아이들에게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었단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친근한 어른이면서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님들한테는 집 밖에서의 아이들의 근황도 알려준단다.

교육-마을에서 아이를 키운다
이렇게 아이들과의 케미도 좋고 ‘동네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다정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돈을 던지는 아이들이 있으면 다시 돈을 손에 꼭 쥐어주며 “예쁘게 내자”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면, 한 번에 고쳐지지는 않지만 서서히 바뀐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가정환경이 삼화문구 이은정 대표(맨 왼쪽)와 필자(맨 오른쪽) 좋지 못해 스스로 화를 잔뜩 안고 있어서 안쓰럽다고. 

아쉬움... 그러나 이대로 지켜만 볼 수 없다
2011년부터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가 시작되면서 문구점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단다.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와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몰과 대형 생활용품점, 다이소 등에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빼앗겨 아이들이 용돈을 들고 와 먹을거리와 학용품을 사던 동네 문구점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사라지는 추억의 ‘동네 문방구’, 자취 감추는 ‘학교 앞 문구점’을 그대로 바라만 볼 수 없다. 동네 문구점이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 마을공동체도 사라져 간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마을사람들이 필요한 문구는 동네 문구점을 애용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경기침체로 문구점 운영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보다 훨씬 더 안 좋다고 한다. 학교와 사무실 단체 납품과 매장 판매를 하고 있어 유지는 하고 있지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접지 않는 것은, 장사가 재미가 있고 고객의 니즈(needs) 맞춘다는 사명으로 90세 넘는 고령 고객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기억하고 오시는 ‘추억의 장소’를 없앨 수는 없다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 자리에 있겠다고 한다.

산남오너즈 회장으로서
어려운 시기에 마을상인회 회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된 그에게 경기 전망을 물어보았다. 그래도 가게를 오래 하신 분들은 5년 이상을 버텨오신 분들이라고 한다. 전문성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정’과 ‘공동체’가 살아 있는 산남동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자신한단다. “그것을 실천하는 삼화문구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황경옥 마을기자, 사진_피원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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