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뭐지. 왜 그러지. 기분이 좀 그러네.” 
문득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상념에 젖어본 적이 있지 않나요. 생활고에 허덕이는 현실임에도, 하나의 짐을 더 진 것 같은 삶의 무게. 세상이 예전보다는 먹고 살만하다고들 하는데, 각박한 사회 환경과 자신을 돌아보며 좋은 생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심리적 낭패감 같은 거 말입니다. 삶의 질.
오늘  제가  공유하고픈  이야기는 ‘비움 실천’이라는 화두입니다.
밥공기를 싹 비우면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통장잔고가 싹 비워져 있으면?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 일이 생기면? 욱하며 화도 내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워야지’라며 달래기도 하지요. 비움이 여러모로 우리네 삶에 영향을 주네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비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비움이 주는 삶의 행복지수.
옷장에 걸려있는 알록달록 빼곡한 옷가지들. 서랍장에 널려있는 잡다한 물품들. 냉장고에 꽉차있는 음식들. 헤어드라이기를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들. 다양한 신발 등. 이렇게 집집마다 생활을 위한 도구들로 잘 꾸며져 있겠지요. 고백하건데 저는 비워 버렸습니다. 불필요한 물품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옷은 계절별로 두벌씩, 세탁기, 냉장고도 치우고, 책은 도서관 이용하기 등. 이렇다 보니 생활물품이 여행용 가방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요란하게 살려 하냐구요? 하하. 앞서 말씀드린 삶의 질, 행복지수가 높아지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비움이란,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비움도 중요하다고 봐요. 마음을 온통 비우며,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과 행태는 과연 나로부터인가? 아니면 그 누구로부터인가라는? 라는 성찰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비우면 왜 좋을까요? 과연 삶의 질, 행복지수가 높아질까요? 그리고 이를 만족시키는 비움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들은 지구별의 생태 환경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욕망이라는 무거운 짐에 눌려 힘겨워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비움의 본질은 이러한 욕망을 비워보자는 것이에요. 나도 이웃도, 그 누구나 안고 있는 욕망이라는 짐을 비워나가는 거죠. 욕망이 없는, 욕망이 줄어드는 사회를 상상해보세요. 자연과 사람이 즐겁게 살아가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처럼 누구나 즐거울 수 있는 환경만이 나의 삶의 질,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겠지요. 나만 잘 살자고 한다면, 그렇게 되기가 가능할까요? 모든 건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죠.
주변을 돌아보아요. 물질주의 사회! 맞나요? 생산품의 홍수.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죠. 이어지는 광란의 소비문화. 지구위기를 우려하는 학자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이미 자연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편으론 이방인이 되어버린 절대 빈곤에 놓여있는 이웃과 가난한 나라들도 있잖아요.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요. 자연과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경제시스템은 모두를 피폐케 합니다. 그래서 욕망 사회는 비워져야 합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경기 침체는  소비진작을  통해  벗어나야한다는  것인데, 소비  정도를  염두해  두진 않아요. 그래서  소비가  막연하게  미화되는 이데올로기를  낳았다고  봐요. 적절한 소비, 필요한  소비를  넘는  삶의  행태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질적 편리가  주는  이득도  도를  넘는다면  자신
과 사회, 자연생태계에 막대한 손실로 다가오겠지요. 이미  기후위기, 기후  재앙이 닥쳤다고 하잖아요. 과한 소비. 과연? 
우리나라는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61기, 핵발전소 18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답니다. 가정이나 공장, 상가나 사무실로 전송되어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지요. 그런데  막대한 화석연료와  핵연료로  지탱하는  삶의  자리는  결코  즐거울  수 있을까요? 뿌연  미세먼지는 일상이며, 핵발전은 잦은 사고로 국민의 안전에 큰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핵발전소 인근주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처해 있구요. 그리고 불합리한 생산과 소비의 결과물인 쓰레기산이 전국에 235개나 만들어 졌다 합니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는 어떠한가요. 이처럼 불행한 많은 사례들을 만든 근저에는 탐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주로 물질을 소재삼아 비움의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만, 비움은 자신과 사회, 지구를 살리는 길임을 새삼 다짐하게 됩니다. 또한 다소 엉뚱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듯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비움이라는 화두는 현실을 극복하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비움 실천’ 함께 해 봐요. 그러면 역설적이게도 그 자리는 사랑이 넘치는 즐거움으로 가득 찰 거예요.

청명
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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