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전세 계약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했는데, 집주인이 ‘살던 집을 팔고, 해당 아파트에 들어와서 살려고 한다’라고 하면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주장하면서 나가지 않자, 집주인은 세입자를 상대로 아파트를 비우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주장하는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누가, 무엇을 통해 증명해야 할까. 지난해 12월 이에 관한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하려고 한다는 점은 갱신을 거절하는 집주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① 임대인의 주거 상황, ② 임대인이나 그 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③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 ④ 실거주 의사와 배치되거나 모순되는 언동이 있었는지, 이 때문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여부, ⑤ 실거주를  위한  이사나  인테리어  준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제시했다.
이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해 말을 바꾼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집주인 본인이 자녀들과 함께 들어와 살 것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에 사는 노부모가 들어와서 살 것’이라고 주장을 변경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는 어쨌든 직계가족이 살겠다는 것이고, 집주인이 해당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새로 임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인의 갱신 거절이 적법했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먼저 실거주를 누가 할 것인지 말이 바뀐 이유를 집주인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집주인의 변경된 주장에 따르면 원래 지방에 살고 있는 노부모가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해당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1년에 1회~5회 남짓 그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확인서만으로는 집주인 노부모의 실거주 의사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또한, 집주인이 처음에 본인 가족이 살 것이라고 한 말에도 의문이 있다고 했는데, 집주인은 해당 아파트 인근에도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 자녀의 전학이나 해당 아파트의 인테리어, 이사를 위한 준비 등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많은 갈등과 혼란이 발생했고, 특히 ‘실거주 목적’ 갱신 거절에 관한 분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이에 관한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입증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 보증금을 올려받는 등의 목적을 위한 거짓 ‘실거주’ 주장이 어려워져 임차인이 한층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대인의 소유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임차인의 주거 안정’과 ‘임대인의 재산권’이라는 상반되는 법익을 보다 균형 있게 보호할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아롱 변호사(변호사박아롱 법률사무소)
박아롱 변호사(변호사박아롱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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