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조현국 편집인
중원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조현국 편집인
포럼이 끝난 후 참석자들 기념촬영
포럼이 끝난 후 참석자들 기념촬영

두꺼비마을신문 등 청주지역에서 발행되고 있는 마을신문의 의미를 매개학의 각도에서 고찰한 조현국 교수의 발표를 중원포럼에서 듣고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리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학자이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에서 지리학은 장소와 공간, 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 장소, 공간, 지역에 대해 정확한 개념구분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장소 개념은 특수하고 예외적인 속성을 가지며 주관적이고 개성적이며 독특한 것을 담고 있는 개념이라 한다면, 공간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을 담아내는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발표를 들으면서 장소·공간·지역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고, 현진에버빌에 사는 주민으로서 18여 년 동안 살아온 기억을 회상해 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1982년 서울 생활을 접고 청주에 내려온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 당시 청주시 인구는 24만 명으로 추정되며 지금은 청원군을 합병하여 80만 명이 넘는 인구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서원대학교 주변을 맴돌며 학교 뒷산의 매봉산, 구룡산을 배경 삼아 지역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우리 아이들과 방학숙제를 위하여 원흥이방죽 근처에서 올챙이를 잡던 생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숲과 산지가 잠식되고, 농지들이 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원흥이방죽 주변이 논밭이었는데 그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방죽을 메꾸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두꺼비의 생활 근거지인 방죽을 지키려는 운동이 크게 벌어졌다. 결국은 그곳 지역을 생태공간으로 남겨두기로 결정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래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두꺼비생태공원과 마을신문이 생겨나면서 지역과 크나큰 인연을 맺어 상호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생태공원을 산책하는 일이 떠오른다. 그곳 바로 인근에 있는 법원 안에는 은행과 우체국이 있어 간 김에 생태공원을 산책하곤 했다. 두꺼비생태공원 연못에는 여러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꼬리가 있는 양서류로는 도룡뇽 종류가 많으며, 꼬리가 없는 양서류로는 두꺼비, 청개구리, 금개구리, 옴개구리 등 많은 종류의 개구리,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보통 연못이나 늪에서 서식하는 자라가 연못의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햇빛을 쬐는 진풍경도 기억난다. 원흥이방죽에서 관찰한 새로는 왜가리, 논병아리, 백로, 원앙, 물총새가 있고, 많은 종류의 잠자리, 나비 등도 보인다. 생태공원이 명실상부 뭇생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해 본다.
원흥이마을 입구에는 300여 년 동안 수호신으로 추앙되어 마을을 지켜오던 느티나무가 있었으며, 논과 밭이 잘 내려다보이는 방죽 곁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온 느티나무는 산남동으로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현재까지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묵묵히 이 자리에서 구룡산과 원흥이방죽의 수많은 생물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 외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등 새로 옮겨 심은 나무들도 있다.
두꺼비마을에는 한눈에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생태문화관이 만들어지고, 작은 도서관도 있으며 마을신문도 전국 어느  마을보다 알차게  꾸며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원흥이방죽에서 시작되어 현진에버빌아파트까지  흘러내리는  하천이  있어  우리  동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수지가  만들어져  있어  도시 방재 시설로써 홍수 시에는 물을 저장하여 주변으로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주민들이 운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으며, 족구, 자전거  타기, 걷기  등 체육시설로도  이용된다. 한편 이곳은  지진  발생에  대비하여  지정된  긴급  대피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구룡산에도 여러 번 올라가 봤지만 두꺼비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아침 일찍 산을 오르다 보니 같은 장소에서 반가운 두꺼비 친구를 몇 번쯤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내가 사는 이 아파트에 두꺼비마을신문이 매달 배달되고 있다. 발표자가 아파트단지 개발 후 2007년에 가장 먼저 입주한 아파트가 현진에버빌이라고 한다. 필자는 그 연도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두 번째 해외 연수가 끝나고 이 아파트에 이사 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필자가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 햇수로 18여 년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을신문과 관련하여 기억나는 것은 기사 가운데 기획물 맛집 소개로 인하여 그 식당을 많이 이용한 적이 있었다. 작은 도서관에도 즐겨 읽던 ‘태백산맥’ 등 소설 전집을 기증했던 기억이 난다.
조현국 교수가 발표할 당시에도 과거를 회상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글 주문을 받았을 때에도 약간 부담되었지만, 글을 쓰면서 살아온 과거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응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가 사는 마을을 산책하는 기회를 얻어 행복하다.

신용철(서원대 명예교수, 중원포럼 이사)
신용철(서원대 명예교수, 중원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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