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은 디스토피아(전체주의적) 세계관을 담은 소설《1984》에서 국가가 개인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사회인 오세아니아를 상정하고 국가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어와 사상을 통제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감시사회에서는 통신과 대화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으며,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개인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통신과 대화를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언어와 사상은 통제되고 왜곡되게 된다.
대화와 통신의 비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와 통신은 사상의 자유시장의 기본 전제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사상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대화와 통신의 비밀이 보장되어야만 개인이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생각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러한 생각이 다양한 다른 생각들과 얽히고설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생각들은 국가나 기타 다른 권력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언어가 불완전하고, 개개인의 정보습득능력이 유한하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어떤 사과를 보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빨간 사과를 보았다고 말하였을 때, ‘빨간’이라는 언어가 실제 존재하는 사과의 색에 대한 정보를 완전하게 전달할 수도 없고, 어떤 사람이 시각적으로 받아들인 어떤 사과의 색이 정말로 ‘빨간’이었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사람이 같은 사과를 보고, 그 사과의 정보를 습득한 다음, 대화와 통신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그 사과에 대한 생각을 실제 존재하는 사과의 근사치로 접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대화와 통신의 비밀은 언어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정보교환을 원활하게 하여 지식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대화와  통신의  비밀에  대하여  기준이 될 만한 중요  판시를 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A교사는 2018. 3. 14.경부터 2018. 5. 8.경까지  피해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저쪽에서 학교 다닌 거 맞아, 1, 2학년 다녔어,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라는  말을  하는  등 14회에 걸쳐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심 법원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피고인이  한 발언을  녹음한  녹음파일,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한 후, 위 사례에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A교사의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A교사가  수업시간에  한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제한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되어야 하며,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한  녹음파일  및 그 녹취록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서  A교사의  아동학대 행위의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는 사인인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A교사의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고, 국가(검찰  및 법원)가 이를  용인 내지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라는  점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교사가 수업시간에 하는 대화가 녹음될 수도 있고, 그것이 어떤 사유에서든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면,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과 대화 시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유로운 의견교환이나 정보전달은 소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광덕 변호사 (법률사무소 한비 대표변호사) rbs-1901@daum.net
장광덕 변호사 (법률사무소 한비 대표변호사) rbs-19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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