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간다. 금방 가는구나 싶다가도, 돌이켜보면 꽤 길었던 거 같은 기분도 든다. 하루하루는 짧은데 뭉쳐보니 상당한 것.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그 흐름 속에 몸을 뉘이고 있자면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나를 중심으로 한 세상에서 약간만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 문득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친척 모임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가족들의 늘어난 주름살, 빛바랜 머리칼…. 내가 나만의 시간을 겪고 있을 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했던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그림이 구석구석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뭔가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틀어막을 수도 없는 노릇을.
지나간 기억은 추억하는 것 외의 방법이 없어서 참으로 소중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빗물에 바위가 깎이듯이 천천히 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
나에게 올해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가족들 모두가 모인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경사는 경사대로 지내고, 별 탈 없이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다. 내년과 내후년과, 5년 뒤와 10년 뒤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놓치지만 않으면 언젠가 그 순간을 회상하게 될 날이 올 테니, 어딘가에 고이 접어둔 채 간직하고 싶다. 가족친지 모두가 무탈하길 바라며.

/ 김학경(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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