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동생이 전화를 하였다. 딸이 받아서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는데 요양원에 계신 엄마의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식사도 못하고 혈압도 떨어지고, 체온도 떨어지고 있어 위험할 것 같아 다들 모이라고 한다. 그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뭘 준비할지 몰라 허둥지둥 딸과 이것저것 챙기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엄마가 계신 곳은 수원인데 하필이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내리고 있다. 속력을 낼 처지도 아니었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기둥에 꿸 수 없듯 안전운전을 하라고 하면서 요양원으로 향했다.
지금의 상태가 어떤 지를 몰라 가면서 요양원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마음만 급하다. 한참을 여기저기 통화를 시도하다가 요양원에 도착한 오빠와 통화를 하니 다행히 식사도 하고 혈압도 돌아와 요양원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되는지 다시 확인한 후 고속도로 진입하기 전이라 차를 돌려 집으로 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 지금도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추석에 친정에 가서 나는 가족 모두에게 10월 중에 엄마 모시고 여행을 가자고 하였다. 내가 숙소와 모든 경비는 다 될 테니 몸만 참석하면 된다고….. 모두들 알았다고 하고 10월 말쯤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모시고 내려오고, 각자 있는 장소에서 목적지에 도착을 하여 1박을 하면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하였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니 다음에 계속 가족 모임을 집이 아닌 곳에서 하자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였다.
엄마는 현재 말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 요양원에 면회를 가면 반은 졸고 알아보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왕복 7~8시간을 가서 단 몇 분 어쩌다 외출을 할 수 있으면 몇 시간은 모실 수 있지만 그냥 얼굴 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 엄마가 요양원에서 차로 모실 때는 놀란 눈으로 겁을 내다가 여행을 떠나는 거라 하면서 가족이 챙기니 두리번 두리번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셨다고 한다.
모임 장소에서도 휠체어에 앉아 자식들을 살피며 식사도 잘하시고 오랫동안 주무시지도 않는다. 상태가 좋으면 말은 알아들으시는 것을 알아 “엄마, 좋으시면 손 들어봐요” 하니 손을 들어 보여 우리는 엄마도 좋으신가 보다 하면서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었다. 그래서 엄마를 위해 춥지 않으면 또 모여야겠다고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혼이 나가버린 지금의 심정이다. 
지금도 엄마가 빨리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기상태로 초조하게 있으면서 생전에 계실 때 잘하자는 것이 내 마음인데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제대로 못한 것이 죄스러워 잘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가족이 다모여 좋아하셨던 모습 다시 보고 싶으니 ‘엄마 몸이 좋아지시면 또 여행같이 가요’ 라는 말로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구진숙 마을기자
구진숙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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