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구성원의 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의 개성 추구가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나 사회 질서에 해를 끼치게 되고, 이 경우에는 국가가 나서서 법을 통해 통제하고 조율하여야 한다. 그런데 어느 선에서 통제하고 조율하여야 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표현의 자유,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가 충돌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에도 표현의 대상이나 사생활의 주체가 공인이냐 사인이냐에 따라 통제 또는 조율하여야 할 기준(선)이 다르다. 
대통령의 부인이 공인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최재형 목사와 상당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두 차례 이상 명품 등 선물을 받은 것이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13일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디올’ 가방을 받은 사실이 영상으로 공개되었다. 최 목사는 지난해 6월에도 김 여사에게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톡 내용에 비추어 이것도 사실일 확률이 높다.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김 여사의 지위, 금품의 금액과 그것을 받은 횟수와 경위 등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에 해당될 소지도 크다. 선거를 통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 사건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이 사안에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가 김 여사의 사생활 보호보다 훨씬 더 우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유튜브 방송사인 ‘서울의 소리’가 의도적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김 여사가 이를 받도록 함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는 취재 윤리에 반하고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없다.
‘함정취재’와 비슷한 것으로 ‘함정수사’가 있다. 대법원은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김 여사는 최재형 목사와 상당한 기간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선물을 주기 전, 미리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김여사에게 보냈다. 김 여사는 그에 대해 카톡 상으로 어떤 거부의 의사도 표시하지 않고, 만나서 최 목사가 준비한 선물을 받았다. ‘함정’이란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만들어 놓고 상대방을 그 위험에 빠지도록 하는 것인데, 위 사건에서 김 여사는 최 목사가 선물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위험)을 다 알고 오히려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까지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함정취재’라고 볼 수는 없다.
‘서울의 소리’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월 김 여사와 약 7시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을 공개하였는데,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인격권, 명예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도 알 권리,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가 충돌하였던 것이다.
1심은 지난 2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 김 여사가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국민의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인 점 ,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김 여사의 발언 내용 중 대부분은 사생활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관련된 내용인 점 등을 참작해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지난 12월 7일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판결을 선고했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알 권리,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는 끊임없이 부딪친다. 특히, 공인은 더 그렇다.

오원근 변호사(오원근 법률사무소)
오원근 변호사(오원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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