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 에 부친 발문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를 쓴 유흥준 교수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책을 펴냈다.
얼마만큼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유한준이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을 한 점에 비추어 단순한 지식만을 지칭하여 ‘안다’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가장 미워하는 나라인 북한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고자 하는 책을 소개한다. 주 저자인 박한식은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2009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주선하고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한 북한 연구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북한을 미화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북한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닌지 하여 거부감도 있을 것이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게 되고,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과 세계 여러나라의 대북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은 북한붕괴론, 미치광이 독재자, 핵 등 12편으로 구분하여 북한과 대북관계에 대한 오해 또는 진실을 기술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부분이 ‘북한붕괴론’이다.
인터넷에도 ‘북한붕괴론’을 검색하면 다양한 자료가 나오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10년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무너진 북한경제를 거론하며 ‘김정일 사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북한붕괴론은 역사가 유구하여,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94년 사망했을 때는 물론이고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최근까지도 미국이나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계획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북정책의 개선이 기대되었던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까지 ‘전략적 인내’ 
라는 이름으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면서 북한과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은 것도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붕괴론은 자연스럽게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미치광이 또는 사이코패스로서 신뢰할 수 없는 자들이고, 김정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통받는 북한 사람들이 체제에 대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과도 연결되는데, 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파를 대표하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2023. 8. 30. 통일부가 주최한 ‘2023 한반도 국제포럼’ 기조강연에서 ‘대다수가 북한의 핵무장이 동북아지역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틀렸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가 광범위한 관점에서 한반도 안정을 가져온다.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수단이어서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오히려 남북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북한의 핵무장을 찬성할 수는 없으므로,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의 반론이 제기된 것은 당연하다.
박한식 교수는 위 책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 나아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 나아가 전세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박한식 교수는 북한의 핵무장이 북한의 안보 불안으로 초래된 것인 점, 현재의 휴전 상황이 평화체제로 전환되어 미국과 북한의 수교 및 불가침조약 등이 체결되어 북한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북핵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조정관을 지낸 위리엄 페리의 말(그는 1999. 9. 17.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원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첫 번째가 억지력 확보, 즉 안보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북한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은 우리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함)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핵무기를 많이 보유한 나라이자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는 미국인데, 우리가 미국의 핵무기에 대하여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가 북한의 핵에 관하여 위협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장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적대세력일 뿐만 아니라,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자들이 미치광이, 사이코패스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북한 핵무장이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하고 전쟁을 예방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미어샤이머 교수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자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억지력 확보차원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움은 눈을 멀게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어 문제의 해결을 방해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나름대로 이성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그들이 신뢰할 수 없는 미치광이라는 판단하에 대북정책을 실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한 명확한 처방과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현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진단이 필요하다. 
나아가 신뢰는 대화의 결과라는 점이다. 처음 보는 사람 또는 대화가 단절된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여 대화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나니, 알고 나서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석진 변호사(최석진법률사무소)
최석진 변호사(최석진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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