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거나 유명한 장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꼭 가야  될 경우가  생긴다. 일로  갈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원해서  같이 가기도  했다. 
그런 장소에 가면 내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눈여겨 보지도 않는 그냥 ‘한 구석’, 그 공간만 쳐다보고 있으면 내 마음 한 부분이 뭉클해진다. 나는  이러한  감정  상태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한  적이  있다. 설명하자면  사람들  마음  속엔  감정의  솜이  있고  이 솜이  감정에  따라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뭉클해지는 감정을 겪을 때면  이 솜은  젖어 축축하고  무거워진다. 마음의 솜이 젖는다.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 공연 출사를 많이 갔었다. 혼자 먼저 일찍 도착해 내가 이동할 동선을 짜고 리허설 사진을 연습 삼아서 찍어본다. 본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분주히 무대 뒷편 공간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장소로 이동한다. 그 이동 중에 내 마음을 적신 공간들이 등장했다. ‘왜 이 중요한 순간에 이 공간이 눈에 들어왔을까?’ 짧지만 깊은 고민을 해봤다. 찬란하고 화려한 무대‘뒤’를 나는 열심히 뛰어다닌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만 교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닌 그 ‘순간’과 하는 사진작가인 나는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그 ‘순간’이 나를 위로하듯이 잠시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줬고 나는 또 어떠한 공간으로부터 위로받았다.

/이승규 사진작가(Endlos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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