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공부에 많은 열정을 쏟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전국민의 공통 관심사이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때문인지 해마다 입시철만 되면 응원해 줄 수험생이 주위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떨림이 찾아온다. 뉴스에 나오는 기도하는 어머니의 간절함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잡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내 아이들이 자라 수험생이 되었을 때에는 어찌할런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슬며시 엄마가 떠오른다.

내가 여고 3학년이 되던 해에 남동생은 연합고사를 치르고 다른 도시로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이 얼마나 어린지,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지 그 때는 잘 알 지 못했다. 엄마가 동생을 보러 가는 일이 잦아질수록 엄마에 대한 나의 불만은 커져만 갔고 가시돋힌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기도 했다. 엄마한테는 아들만 보이냐고... 나도 고3이라고...

패트릭스웨이즈와 제니퍼그레이 주연의 영화 '더티댄싱'이 아마 그 즈음 개봉되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도서관 대신 선택한 극장에서 꼼짝 않고 두 번을 이어 보고는 그 벅찬 감동에 취해 집으로 가는 내내 저런 남자랑 결혼해야겠다고 맘 먹었더랬다.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음악들은 또 어찌나 감미롭던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영화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갔던 딸이 밤 늦도록 전화 한 통 없이 돌아오지 않으니 어떤 부몬들 애가 타지 않았으랴.

그 후로 엄마는 종종 내게 편지를 남기셨다. "사랑하는 내 딸아,"로 시작되는 엄마의 편지는 언제나 내 마음을 적셨고, 나는 별 탈 없이 고3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동생은 현재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직업을 가져 잘 살고 있고,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가끔 가족들이 모여 얘기를 나눌 때면 나의 고3 시절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칠순을 바라보시는 엄마께서는 그 시절을 어떻게 추억하시는지... 여쭤보면 그저 웃으신다.

양연슬(산남 유승한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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