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아라 홍범도, 까레이츠의 노래

1013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날아라 홍범도, 까레이츠의 노래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광복회충북도지부, 충북인뉴스, 올바른여행모임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와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를 주제로 한 공연·전시 행사였다.

 

개신문화관 로비에 들어서자 한쪽 편으로 여러 개의 이젤이 타원형으로 설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이젤에는 대한제국군 해산 이후 일본군에 맞선 의병장들의 모습과 무장독립투쟁을 전개한 독립 운동가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흑백 사진 속 일본군에게 체포된 사람들의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결기와 분노가 서려 있는 듯했다.

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독립 관련 전시물 
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독립 관련 전시물 

 

전시 맞은편에는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소리로 북적였다. 고려인 관객들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고려인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마치 명절날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인사하는, 그런 반갑고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행사의 주제를 처음 보고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예상한 나로서는 신선한 인상이었다. 즐겁고 시끌벅적한 열기 속에서 본격적인 공연행사가 시작되었다.

 

음악공연
음악공연
감상옥 고려문화원장의 강연
감상옥 고려문화원장의 강연

 

4부로 기획된 공연행사는 음악공연과 강연이 번갈아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맨 앞 순서로 고려인 2세이자 카자흐스탄 공훈예술가 김겐나지·문공자 선생님의 기타 연주와 노래 공연이 있었다. 김겐나지 선생님이 연주한 판타지아 아리랑’, 문공자 선생님이 부른 집시의 노래를 들으니 1930년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들의 고달픈 삶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그려졌다.

행사 중반부에는 김진석 사진작가의 강연과 고려문화원장 김상욱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집중해서 본 부분이 김진석 사진작가의 고려인, 까레이츠란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김진석 작가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취재하는 프로젝트 기간 러시아 동부 지방과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고려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작가는 이번 행사에서 당시 찍은 사진 100여 점을 공개했다. 대형 스크린에 영사된 수많은 사진 속 고려인들의 얼굴은 모두 강인해 보였고, 행복해 보였고, 여유로워 보였다. 김진석 작가의 강연을 듣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픈 역사적 배경을 가졌다고 해서 오늘날까지 그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타지에서 터를 잡고 스스로 삶을 꾸려나간 고려인 사회는 어느덧 5세까지 태어나 그곳에서 살고 있고, 고려인 5세는 자라면서 더욱더 현지 사회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그곳은 더 이상 타지가 아니다. 강연 중의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실제로 고려인 3세부터는 고려말(한국말)을 쓰지 못하는 고려인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당시 소련이 제도적으로 러시아어 외의 언어들을 쓰지 못하게 막았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지금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소수민족이 받는 차별들을 알게 모르게 겪고 있다고 한다. 사진과 함께 한 김진석 작가의 강연에서 나는 중앙아시아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고려인 1·2세들의 애환과 세대를 거쳐 점점 변화해가는 고려인 사회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씁쓸함과 이유 모를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진들을 보며 나는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공연장(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 마련된 홍범도 장군 추모대
공연장(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 마련된 홍범도 장군 추모대

고려문화원장 김상옥 선생님은 날아라 홍범도, 까레이츠의 노래강연에서 홍범도 장군의 강제 이주 이후의 삶을 중점적으로 조명했다. 화면에 나온 고려일보 신문자료와 고려극장 자료에는 인간 홍범도의 삶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서로 판소리 기반의 국악 밴드 산오락회와 김겐나지·문공자 선생님이 다시 나와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음악공연에서 날으는 홍범도가’, ‘아리랑’, ‘신흥무관학교 교가등의 비교적 한국적인 색채가 짙게 나타나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이번 행사가 반가웠다. 유익한 강연과 양질의 음악공연이 어우러진 행사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여러 한인 디아스포라의 갈래 중 하나인 고려인의 이주 과정과 생활양식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최근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으로 인해 안팎으로 이념 논쟁이 한창인 이때, ‘독립’, ‘평화’, ‘민주주의의 이념과 그것의 가치를 되새겨준 주최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이 같은 공연 및 전시 행사가 좀 더 활성화되어 더 많은 국민의 귀에 닿을 수 있기를 작게나마 바라본다.

 

/조정강 두꺼비마을신문 청소년기자 출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
/조정강 두꺼비마을신문 청소년기자 출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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