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칼라니티, 흐름출판사

손현준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 
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
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책이 출판된 이후 줄곧 내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의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게 독서세미나를 통해 일독을 권하고 있을 정도로 숨결이 바람될 때는 정말 감동적이다. 저자인 폴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그리고 예일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똑똑하고 인간미 넘치는 젊은 의사였다. 나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정형화된 이미지의 의사, 무의미한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p. 110]. (폴이 얼마나 인간미 넘치는 사람인지 드러나는 것 같다. 책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이 대목에 나온 톨스토이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일 것이다. 이렇게 군데군데 저자가 인용하는 여러 가지 문학작품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독서 즐거움이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자신이 원하던 밝은 미래가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마주한 폐암 4기 판정.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던 저자가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마지막 2년 동안 쓴 책이다. 그는 언제 죽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통감한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면 쉬울 텐데요. 2년이 남았다면 글을 쓸 겁니다. 10년이 남았다면 수술을 하고 과학을 탐구하겠어요[p.166].

투병생활을 시작하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던 병원으로 돌아가서 최고참 레지던트로서 환자들을 돌보며 엄청난 업무를 수행해 나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암이 악화되어 의사의 길을 결국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이 암 환자로서의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언제 죽을지 정확히 몰라도 살면서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p. 180]. 칼라니티는 고통 피하는 게 인생의 본질이 아니라고 하며 죽음이 목전에 있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믿고 실천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p. 257].

20153월에 37세인 저자는 결국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한 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사랑하

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책은 케이디에게 바친다는 글로 시작되는데 케이디는 폴 칼라니티가 세상을 떠날 때 8개월 된 딸이다. 암선고를 받은 직후 항암제 투여 전에 보관한 정자를 가지고 아내가 인공수정을 해서 출산하게 되었다. 폴이 완성하지 못한 이 책의 에필로그를 아내 루시가 마무리 하였고 이듬해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서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빌게이츠가 "이 책은 내게 감동과 눈물을 안겼다"고 밝히며 "오랫동안 읽은 논픽션 중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했다.

 

아무튼 이 책은 폴 칼라니티의 놀라운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투병 중에 학생 시절과 젊은 의사로서 겪은 일들을 회상하면서 그의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청소년기에 문학에 매료되었다. 그에게 문학은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인간의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생물학에 흥미를 느끼고 생리적 존재이며 동시에 영적 존재인 인간을 탐구하면서 그는 결국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p. 52]. 그에게 의사로서의 삶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p. 142]. 책의 제목에서 숨결은 삶, 바람은 죽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숨결과 바람, 삶과 죽음을 구분하기 보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을 우리가 살아 나가는 것이고 그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되고 소중한 교훈과 함께 마음이 따뜻하게 될 것이다.

 

손현준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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