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는 강아지 폰기자

폰기자와 엄마
폰기자와 엄마

 

  더운 계절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여름 산책은 아스팔트가 뜨거워 발을 디딜 때마다 뜨끔한데, 가을은 선선한 바람에 낙엽이 뒹구는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엄마가 내 간식과 사료, 카시트까지 챙긴다. 아무래도 오늘 산책은 차를 타고 멀리 가려나 보다.
  도착해서 보이는 '동부창고'라는 네 글자. 이곳이 과거 연초제조창이었다는데 동쪽에 있던 창고라는 의미인가? 건물 사이사이 탁 트인 너른 잔디가 푸르러 마구 뛴고 싶다. 지나가는 처음 보는 강아지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동부창고에서 열린 가치다다 플리마켓 중'넷제로두꺼비살림' 판매 부스

 잔디밭 양쪽으로 부스가 많다. 공예비엔날레 기간 중 사회적 경제기업들이 모여 ‘가치다다 플리마켓’을 열었다고 한다. 내 간식부스는 어디 없나? 맛있는 냄새를 쫓아 이리저리 둘러보니 꽃도 팔고 목공이나 도자기, 종이공예, 심리상담, 먹을거리 등 없는 게 없다. 그중에서도 엄마는 넷제로두꺼비살림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느라 내 산책끈을 허리에 묵고 돌아다니신다. 그러면서 삼베수세미를 틈틈이 떠가며 사람들에게 설명해 준다. 설거지할 때 털 달린 화학섬유 수세미는 미세플라스틱이 끊임없이 나온다고 했다. 거기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하수구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접시에 묻어 우리가 조금씩 플라스틱을 먹는 거라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엄마와 넷제로 이모들은 삼베 수세미를 떠서 알리는 일에 열심이다. 
  바로 옆 매장은 커피매장이라 하루종일 커피 향이 그윽하다. 커피박(커피찌꺼기)으로 만든 연필 등 공예품 판매도 하신다.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서 세상 모든 연필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굳이 고마운 나무를 베어버릴 일이 확 줄어들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소비량이 전 세계 2위라고 하는데, 그만큼 많이 나올 찌꺼기를 잘 활용하면 환경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예마켓엔 정말 볼거리 생각할 거리가 가득이다. 

  중앙 잔디마당 옆으로 돌아가니 건물 내부에 서원대 의상학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같은 모양, 다른 색상의 인형이 모빌처럼 많이 걸려있고 카우보이 의상도 보인다. 테마별로 다양한 실험적 의상이 전시되어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건물마다 멋진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건물로 들어설 때마다 기대와 설렘으로 눈을 반짝인다.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중앙 잔디마당으로 가보니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다. 예쁜 텐트들이 줄지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자유롭게 공연을 즐긴다. 나도 엄마랑 자리를 잡아 한가로이 주변을 둘러본다. 포근한 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려와 기분좋은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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