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이번 한반도를 강타한 홍수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규모의 자연재해이다. 하지만 오송지하차도 사건에서 보듯이 그에 따른 인간들의 대응단계에서 시스템의 부재와 오작동결과를 보면 ‘인재’임에 틀림이 없다. 자연재해와 인간의 잘못은 늘 언제나 결합되어 있다. 이번에는 자연재해 자체도 인간의 산업화로 인한 기후재앙이라는 측면에서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미 7월 첫번째 주에 기록된 역사상 지구의 평균기온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지구의 기후가 뜨거워진다는 것은 지구상의 물의 형태가 급격하게 변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극지방의 얼음층들이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이러한 바다의 변화는 대륙에 끼치는 해양성저기압의 변화로 인해 엘니뇨현상을 일으켜 이상고온, 극심한 가뭄, 대홍수 등을 일으킨다. 올해는 바로 이상고온과 대화재, 그리고 대홍수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해가 되었다. 그 중의 일부가 우리나라 대기상에서 집중호우를 뿌린 것이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7월 대홍수는 이미 유럽과 중국에서 겪었던 현상으로 우리 곁에 이미 다가와 있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의 방식은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채 올해와 같은 전면적 대홍수에 무너지는 제방과 같이 무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홍수는 인류 문명과 뗄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나온다는 기독교와 유대교의 성경 창세기 노아홍수 이야기는 이러한 인류문명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범람하는 강은 인류가 농업을 건설하는 터전이었다. 그래서 치수는 강물의 범람이 가져다 주는 농업의 이익이라는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집단적 기술문명으로 발전하였다. 고대의 도시는 바로 범람과 홍수 뒤에 오는 비옥한 토지 위에 새로운 도시로 건설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확장되었다.

이러한 농업문명에서의 홍수가 야기한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가 지금의 도시문명에서 발생하였다.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이용한 산업화가 시작되어 150여 년 동안 전지구적으로 번져나간 우리의 문명은 이제 지구 전체의 기후체제를 흔들고 인간 자신의 생존조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자연조건에 위협을 가져왔다. 도시와 자연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자연은 인간의 도시문명에 파괴되어 홍수와 문명의 상관관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례적’이라는 집중호우는 이제 더 이상 이례가 될 수 없을 예정이다. 이제 우리는 더욱  더  심한  집중호우(차라리  대홍수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를 맞이할  것이다.

고대의 홍수는 인간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도시와 홍수는 결합되어 있었다. 즉 홍수를 극복하는 도시를 건설하되 홍수가 가져다주는 이익 위에 건설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홍수는 도시를 파괴하고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악이 되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언제까지 이러한 도시에서 살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커다란 강의 둑이 무너지면 옛 농업에서는 비옥한 토지를 보상받았기 때문에 모두 힘을 합쳐 치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둑을 막고 물길을 막아 공장과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건설한다. 대홍수는 이러한 도시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물이 빠지면 또 그 도시를 고치고 새 건물을 세우는 일을 고집한다면 더 자주 다가오는 대홍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우리의 문명이 새로운 타협을 하지 않는다면 붕괴되는 둑처럼 이 문명은 무너져 내리고 결국 인간이 멸종된 지구만 상상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면 지구상의 거대한 물의 이동 경로에 맞추어 우리의 삶의 양식을 재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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