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아롱 변호사

(변호사 박아롱 법률사무소)

 


얼마 전 손녀가 외할머니를 주거침입죄로 신고한 일이 보도되면서, 해당 사건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행위가 적법했는지 등에 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손녀가 외할머니에게 사죄하고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 사건은 적어도 겉으로는 원만히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가정 내 갈등 상황과 관련하여 주거침입이 함께 문제 된 사례들이 꽤 있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 종전과 달라지고 있어 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여기에서의 ‘침입’의 의미를 판단할 때 외형적·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 중 어느 쪽을 얼마나 더 중요하게 볼지가 쟁점이 되는데, 주로 공동으로 거주하는 집에서 한쪽 주거자의 부재중 다른 주거자가 제3자를 집으로 들인 경우가 문제가 되었다.

예를 들면 부부가 함께 사는 집에서 한쪽 배우자가 집을 비운 사이, 다른 배우자가 외도 상대를 집으로 불러 들였다가 들켜서, 부재중이었던 배우자가 외도 상대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경우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실무에 서 꽤 종종 접하게 되는 사건 유형이다. 대법원은 이에 관해 1984년 집을 비운 공동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집으로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해당한다고 한 이래 계속 같은 입장에서 판단하다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태도를 변경하였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부터  보면, 남성  A씨는  유부녀인  B씨와  내연관계에  있었는데, 2019년  B씨가  열어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B씨의  집에  들어가서  세 차례  성관
계를  가졌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남편의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간 것이라며 주거침입죄로 A씨를 기소했고, 1심은 죄를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거주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주거의 사실상 평온 상태를 해치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될  만한  모습과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갔는지’를 기준으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남편의 부재중에 아내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그 집으로  들어간  것이므로 그 객관적·외형적  모습과  방법이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는 가능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변경된 태도에 따를 때 앞서 말한 외할머니 고소 사건은 – 손녀의  처벌  관련 의사와  관계없이 - 주거침입죄가  성립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우선 문제 된 집이 손녀와 손자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기는  했지만, 만약  알려진  것처럼  손녀가  다른  곳에  거주지를  두고  있고  그 집에  주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면 공동주거자에  해당하는지부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공동주거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공동주거자로서 그 집을 주된 거주지로 삼고 있는 손자가 외할머니의  방문을  요청했고, 외할머니는  문을  부수거나 몰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방법으로  그 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하므로, 이를  두고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어 확단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에서만큼은  법원의  판단이 대다수의 법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정 내외의 크고 작은 갈등,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또는 선생님과 사이에 생기는 분쟁 등에서 점차 사법적 해결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모든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판을 통해 항상 진실만이 밝혀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반드시 법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있지만, 그것을 무한정 확장하는 것이 답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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