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변호사(법률사무소 한비 대표 변호사)

 

 


변호사가 된 첫 해, 어느 고등학교로부터 학교폭력예방교육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를 받기 얼마 전에 위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 급우 몇 명이 한 학생을 성적으로 놀리고 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가해학생의 부모들은 아이들끼리 장난친 것을 가지고 어른들이 일을 크게 만들려한다고 푸념을 했고, 피해학생과 부모는 가해학생들의 강력한 처분을 원했다. 학교폭력을 주도한 학생은 전학처분을, 소극적으로 가담한 학생들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처분을 받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하지만 피해학생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을 선택했다. 

지금이야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학교폭력이 관련 뉴스나 드라마 등에 자주 노출되어 많은 이들이 그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때였다.

국회는 2004년 1월 29일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학교폭력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시, 학교폭력 피해자의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선도·교육 등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7월 30일부터 위 법을 시행하였다. 제정 당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범위에 폭행·협박·따돌림 등의 행위만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였지만,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강제적인 심부름’, ‘따돌림’ 또는 ‘사이버 따돌림’ 등
학교 폭력의 개념과 대처방법에 대한 정의가 빠져 있는 등 내용적 한계를 가지고 있 
었다. 현행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여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고통을 주는 거의 모든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해자 부모는 간혹 ‘학교폭력’이란 단어에만 매몰되어 우리 아이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왜 징계처분을 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는 예방 및 피해학생의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그 다음이 가해학생의 선도 및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여야 하며, 신고 받은 기관은 이를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보호자와 소속 학교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소속 학교의 장은 이를 심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하며, 누구든지 학교폭력 신고행위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법이 정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해야하며,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긴급하다고 인정되거나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또는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를 축소 또는 은폐해서는 아니 된다. 학교의 장 또는 교직원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직무 유기죄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반면, 피해학생의 부모님의 경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피해학생의 부모가 자력구제의 방법으로 가해학생을 찾아가 따지거나 장시간 훈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그러한 행위 또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감정을 조절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할 필요가 있다.

가해학생은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정도에 따라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다만,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는 퇴학처분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한편, 학교폭력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가해학생이 만 14세 미만이라면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정도가 심할 경우 소년보호처분 10호인 장기 소년원송치 처분(최대 2년)을 받을 수도 있다.

학교폭력의 신고는 교내에서는 구두, 신고함, 이메일, 휴대전화 등으로 할 수 있고, 교외에서는 112(경찰청) 또는 117(학교폭력신고센터)로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신고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므로, 학생의 보호자·감독자는 피해학생의 신상변화나 언어 등 사소한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헌법 제10조)을 깊이 새겨, 누구나 아동청소년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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