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이 형사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유·무죄에 관하여 평결하고 양형에 대해 판사와 토의하고 의견을 내는 제도이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져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민주주의 경험이 그리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신분이 보장된 엘리트 법관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 온 재판 영역에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개혁이었다.

난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될 때 서울중앙지검 전담 검사로서 제도가 잘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의 참여재판 전담 검사, 판사, 각 언론사가 대법정을 가득 채운 가운데 모의재판을 하고, 전담 검사 10명에 끼어 미국 뉴욕에 가 배심재판의 전 과정을 밀도 있게 살펴보았다. 전에 영국 연수 때에도 배심재판을 참관하면서, 장차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의 앞날을 그려 보고, 그것이 민주주의가 한 단계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다.

배심원의 숫자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인 사건은 9명, 그 외에는 7명이다. 배심원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지방법원장은 행정자치부장관으로부터 매년 그 관할 구역 안에 사는 20세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일정한 수의 배심원후보예정자 정보를 받아 명부를 만들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사건이 생기면 위 명부 중에서 필요한 수의 후보자를 무작위 추출하여 선정기일에 출석하도록 통지한다. 출석한 후보자 가운데 다시 추첨으로 사건에 따라 9명 또는 7명을 뽑아 배심원 자리에 앉힌 다음, 질문과 답변을 통해, 배심원으로서 공정하게 평의할 수 있는지 따져 거기에 의심이 있으면 배제한다. 배제된 숫자만큼 다시 뽑아 같은 절차를 되풀이 하여 배심원을 확정한다.

우리 국민참여재판은 출발부터 한계가 있었다. 배심원의 평결에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배심원이 무죄  평결을  해도  판사가  유죄  판단을  하고, 양형에  관한 배심원의  의견과  달리  형을  정할  수 있다. 입법권자는  앞으로  제도를  시행하면서 구속력의  부여  여부  등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지 15년이 흘렀다. 제도의 안착과 발전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당사자는 법조인과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이들은 손을 놓고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이 고사(枯死)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2012년 대상  범죄를  확대한  것 외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배심원의 평결에 구속력을 주지 않다 보니, 국민참여 재판에 실효성이 없고, 사람들 관심도 크게 줄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건수를 보면, 전국적으로 2008년 64건으로 시작하여, 2013년 345건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2017년까지 300건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8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21년에는 84건이었다. 청주지방법원만 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모두 107건으로 연평균 7~8건에 불과하다. 국민참여재판이 침몰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의 소극적 태도다. 법조인과 국회의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기득권을 잃게 될 사람들이다. 직업 법관의 전유물로 알았던 재판을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것과 관련된 기득권자들에게는 큰 위협이다. 자기들 딴에는 그동안 누려왔던 ‘대단한’ 권위가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이런 불합리한 권위를 무너뜨리고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이 인정되면,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맞추어, 교육 과정에서 토론이 강화되고 사회적으로도 토론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다.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은 없지만, 그동안 배심원의 평결과 판사의 판결 사이에 일치율이 93% 정도이다. 시민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불 
합리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노력을 해야, 한 번뿐인 삶의 기본권을 온전히 누리다 갈 수 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